‘기록보존’ 양산 가산산단 가마터, 흔적 없이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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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의 기록보존 결정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가산산단 부지에서 발굴된 2호 가마터. 대한문화재연구원 제공

속보=<세종실록지리지>에 언급돼 경남지역 자기소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 양산 가산일반산업단지 부지에서 발굴된 조선 시대 초기 가마터(부산일보 24일 자 8면 보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됐다. 문화재청이 가마터에 대해 현상보존이 아니라 발굴 내용을 기록만 하는 기록보존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가야진사 용신제 제기 납품 추정
세종실록지리지 언급된 가마터
문화재청 “보존 한계” 이유 들어
현상보존 대신 발굴 내용만 기록


문화재청은 “지난 10일 가산산단 부지에서 발굴된 가마터는 발굴조사단과 학술 자문회의 결과 등을 종합해 기록보존으로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또 “조사단과 자문회의에서 ‘가마터의 잔존 상태나 보존의 현실적인 어려움’ 등을 제시했고 이를 참고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경남개발공사는 가마터가 발굴된 부지를 포함해 이 일대에 대한 공사를 재개했다. 가마터가 발굴된 곳이 해발 50~85m 사이 경사면이어서 평탄 작업이 진행되면 가마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올해 초 가산산단에서 2곳의 가마터가 발굴됐다. 이 가마터는 <세종실록지리지>에 ‘금음산리 중품 자기소’로 확인됐고, 여기서 생산된 제기가 국가 제례의식이 치러진 가야진사에 납품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이 때문에 양산시의 가야진 용신제 국가 지정문화재 승격 추진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기록보존이 결정되면서 추가 연구도 쉽지 않아 가야진 용신제 국가 지정문화재 승격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부산·경남 향토 사학자와 단체를 중심으로 ‘현상보존’을 요구하는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사)범시민금정산보존회와 부산문화지킴이는 28일 가산산단 가마터 발굴 현장을 찾아 “<세종실록지리지>에 언급될 정도의 중요 문화재를 현상보존하지 않고 기록보존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역 한 향토 사학자는 “금음산리 가마터에서 ‘양산’ 등 지명이 적힌 유물 150여 점이 출토된 것은 전국 어느 가마터 유적보다 많은 숫자”라며 “여기서 생산된 제품이 낙동강을 따라 한양으로 납품됐을 정도로 중요한 유적이므로 복원을 통한 현상보존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사학자도 “금음산리 중품 가마터에서 생산된 제품은 가야진 용신제 등 국가적인 중요 행사에 사용되는 대접받는 대단한 제품”이라며 “발굴조사단이 언급했듯 조선 초·중기 가마의 구조와 유물 구성, 관사 명과 자기, 생산 체제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산은 물론 경남지역 자기소 연구에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현상보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남개발공사 관계자는 “문화재청의 기록보존 결정으로 가마터가 출토된 지역은 물론 인근 지역에 대한 공사 재개가 불가피하다”며 “가마터의 경우 3차원 기록보존으로 남길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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