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정신의 보고’ 부산문학관, 공론화 과정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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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 문화계 숙원 사업이었던 부산문학관이 마침내 만들어진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부산시는 지난 25일 사하구 장림동 신평·장림산단에 지역밀착형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부산 문화와 정신의 요체가 깃든 ‘공립 부산문학관’을 건립하겠다는 구상이다. 6대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부산은 공립 문학관이 없는 도시였다. 지역 문화를 대표할 공립 문학관 하나 없는 현실은 부산 시민에게 문화적 자괴감을 깊이 안겼던 게 사실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번 문학관 설립 확정은 실로 10여 년 만의 경사다. 그러나 이제 첫발을 뗐을 뿐이다. 제대로 된 부산문학관을 짓기 위해서는 부산 정신의 정수를 어떻게 담아낼지, 문학관의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공론화 작업을 숙제로 남겨 놓고 있다.

문학관 입지·공간 개념 등 의견 분분
부산시, 시민 여론 꼼꼼하게 수렴을

이번 부산문학관 설립 계획은 ‘문학관’과 ‘생활문화센터’ 두 축으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 조성에 250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총 338억 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문학관과 생활문화센터가 합쳐진 복합문화공간 개념은 다소 모호한 면이 없지 않다. 지역 문학의 유산과 자료를 수집하고 부산 문학사의 성과물을 정리하는 문학관은 지역 문학진흥의 핵심 거점이다. 그 역할의 중대성에 대해서는 새삼 재론의 여지가 없다. 문학관의 이런 위상을 고려한다면, 생활문화센터와의 조합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문학계에서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장림포구에 인접한 일명 ‘부네치아’ 인근이라는 문학관의 입지 역시 모든 부산 시민과 문화인들이 흔쾌히 환영할 만한 장점을 지니지는 못했다. 낙동강과 바다가 있고 가덕신공항·부산신항과 연결되는 걸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시민들이 쉽게 방문하기에는 너무 외진 곳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과 대구는 원도심에 문학관이 세워져 있으며, 해외의 경우에도 문학관은 시내 중심가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렇듯 문학관 입지 관련 여론이 분분한 것은 부산시가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부산문학관 건립이 반가운 첫발을 뗐지만, 중요한 것은 문학관의 방향성이다. 부산 문화를 대표할 부산문학관에 부산의 정신과 도시의 정체성에 대한 철학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좀 더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이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늦게 시작한 만큼 후발주자로서의 이점을 충분히 살려 혼란과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꼼꼼한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부산문학관이 명실상부한 위상을 가지려면 시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는 게 최선의 길이다. 사업 기간이 내년부터 2024년까지라서 시간이 많지 않다. 부산시가 과감한 추진력에다 세부 정책 준비에도 세심함을 더해서 내실을 기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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