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별건수사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일했던 한 수사관이 2019년 12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특별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앞으로 유서를 남겨 “우리 가족에 대한 배려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를 두고 논란이 분분했다. 그때 검찰은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실이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해당 수사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는 상황이었다. 일각에선 검찰이 별건수사로 무리하게 그 수사관을 압박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2015년 4월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역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 비리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은 숨지기 며칠 전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 조사도 자원이 없으면 그만둬야지. 마누라, 아들 다 뒤집어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요즘엔 마약이나 폭력범도 그렇게 안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역시 검찰의 별건수사가 문제였다.

별건수사란 특정 범죄를 수사하면서 혐의를 밝히기 어려울 경우 그와 관련 없는 사안을 조사해 피의자를 압박함으로써 본건에 대한 자백을 받는 수사 방식이다. 검찰에 한 번 불려 가면 영혼까지 탈탈 털려 나온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일제강점기 때 일경이 독립군을 잡아들일 때 쓰던 수법이라고 하는데, 적법성 여부에 대한 논란과 함께 공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이 많다.

그런데 검찰이 별건수사를 크게 제한하는 지침을 마련해 지난 25일 시행에 들어갔다. 별건수사를 하려면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본건 수사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에서 별건 범죄를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 수사력 위축을 우려하는 지적도 있으나, 우리 검찰이 별건수사 없으면 제대로 수사 못 할 정도로 능력 없는 검찰이라 믿고 싶지는 않다. 여하튼 검찰이 뒤늦게나마 잘못된 관행을 고치겠다고 나섰으니 다행이라 하겠다.

그런데 지금 검찰이 별건수사를 제한하겠다고 나선 게 어째 좀 뜬금없다는 느낌이다. 이미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수사권 범위가 상당히 줄어들었고, 권력형 비리 수사를 담당할 공직자범죄수사처도 발족했으며, 검찰에 남아 있는 소위 6대 중대범죄 수사권도 이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 등 별도의 기관 설립이 논의되는 상황이라 그렇다. 검찰총장이 아닌 그 직무대행이 일을 추진하는 모습도 낯설다. 검찰은 수사권을 내놓을 생각이 전혀 없는 건가.

임광명 논설위원 kmyi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