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미얀마 군부의 총격… 희생자 450명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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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군의 날’이자 ‘저항의 날’인 27일(현지시간) 군부의 무자비한 총격으로 하루에만 114명에 달하는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2월 1일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하루 기준으로 최다이다. 이날 쿠데타 시위 도중 숨진 한 남성이 양곤 라타의 한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얀마군의 날’이자 ‘저항의 날’이기도 한 27일(현지시간) 미얀마 군부의 무지비한 유혈 탄압으로 100명도 넘는 시민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최대 90명에 이르는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지난 14일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AP통신 등 외신은 현지 온라인 매체인 미얀마 나우를 인용해 전날 숨진 시민들이 114명에 달한다고 28일 보도했다.

시위 무관 아이·행인에도 총질
27일 하루에 100명 넘게 숨져
두 달간 숨진 어린이 20명 넘어
군부 규탄 국제사회 목소리 고조

미안먀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가 지난 26일 기준 집계 결과 누적 사망자 수 32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사망자 수를 합치면 지금까지 군부의 유혈진압으로 숨진 시민은 450명에 육박한다.

시민들은 미얀마군의 날을 원래 명칭인 ‘저항의 날’로 바꿔 부르면서 미얀마 전역에서 시위를 벌였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자국을 점령한 일본군에 맞서 무장 저항을 시작한 것을 기념하는 저항의 날은 1962년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미얀마군의 날로 명칭이 바뀐 바 있다.

이번 탄압에서는 시위에 참가하지 않았던 시민들도 군경의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곤 지역에서 활동중인 한 간호사는 “식수 배달원과 행인도 머리와 배에 총을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무차별적 총격으로 희생된 무고한 시민들 가운데 어린이들도 여러 명이 죽음으로 내몰리면서 미얀마는 물론 국제사회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라와디 등 미얀마 매체에 따르면, 이날 5∼15세 어린이·청소년 최소 4명이 군경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 수도 양곤 교외의 집 근처에서 놀던 한살배기 여자 아기는 눈에 고무탄을 맞았다. 이 아기의 오른쪽 눈이 붕대로 덮인 사진이 SNS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미얀마 현지 언론은 군부 쿠데타 이후 약 두 달 동안 숨진 어린이만 20명이 넘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를 향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정부는 이날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명의의 담화에서 “미얀마 군부가 시민에 대한 폭력을 즉시 중단하고 아웅산 수치 국가 최고고문을 비롯한 구속된 이들을 신속하게 석방하고 민주적인 정치 체제를 조기에 회복할 것을 다시 강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미얀마 주재 유럽연합(EU) 대표단도 성명을 내고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들, 특히 어린이들을 살해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미얀마의 76회 국군의날은 영원히 테러와 불명예의 날로 새겨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트위터에서 어린이들을 비롯한 민간인들에 대한 살인을 규탄하고 “이 분별없는 폭력을 종식하기 위해 국제사회 동반자들과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트윗을 통해 “버마 국민에 대한 잔혹한 폭력에 맞서 모든 나라가 한목소리를 내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제 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성명을 통해 미얀마 군부에 살상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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