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 한 줄 28억·방귀 소리 10만 원… 달아오르는 N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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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자산에 고유의 인식 값을 부여한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 열풍이 뜨겁다. 방귀소리 오디오 클립도 NFT가 적용됐다면 팔려나갈 정도다. 실제로 최근 뉴욕에서 벌어진 일이다. 브루클린에 기반을 둔 한 영화감독이 방귀 오디오 클립에 NFT를 적용해 85달러(약 10만 원)에 판매했다. ‘대체 불가능’이라는 말처럼 유일무이한 특징 때문에 복제가 불가능한 ‘진품’ 디지털 작품 거래를 중심으로 NFT 시장이 커지고 있다.

대체 불가능한 ‘가상 자산’
블록체인 기술로 복제 불가능
디지털 예술작품 등 거래에 적용
시장 규모 2년 새 8배 증가
국내에서도 미술품 경매 진행
가격 거품·법 제도 미비 지적도

■NFT와 비트코인의 차이는?

NFT는 가상자산의 일종이다. NFT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가상 ‘자산’이지만, 가상 ‘화폐’라고 하기에는 다소 애매하다.기존의 화폐, 즉 1만 원짜리 지폐 등은 서로 교환이 가능하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내가 가진 1비트코인과 남이 가진 1비트코인은 같은 것이다.

그러나 NFT는 다르다. 토큰 1개의 가치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예술작품이나 게임 아이템의 소유권을 저장하고 거래하는 데 활용성이 크다. 또한 NFT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이라, 자산에 일련번호를 부여해 복제 및 위·변조를 막을 수 있다.

NFT는 2017년 출시된 가상의 고양이 육성 게임 ‘크립토키티’에서 시작됐다. 온라인에서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가진 고양이를 모으고 교배시키는 수집형 게임이다. 각각의 고양이는 NFT화돼 고유의 일련번호를 부여받고, 유저들은 암호화폐로 고양이를 사고 팔 수 있다. 가장 비싸게 거래된 ‘드래곤’이라는 고양이 캐릭터는 600 이더리움(ETH)에 거래됐는데, 현재 시세로 13억 원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NFT 자산의 규모는 2년 새 8배 증가했다. 넌펀저블닷컴이 올 2월 발행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까지 NFT 시장 규모는 4096만 달러에 그쳤으나, 지난해 3억 3803만 달러를 돌파했다.



■NFT면 방귀 소리도 산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는 2006년 자신이 올렸던 트위터 1호 메시지 ‘방금 내 트위터를 설정함(just setting up my twttr)’이라는 글을 NFT로 판매한다고 밝혔고, 최고 입찰액은 지난 22일(현지시각) 기준 250만 달러(28억 원)까지 올랐다.

앞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본명 마이클 윈켈만)은 2007년부터의 작품을 모은 이미지 파일 ‘매일-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을 무려 6930만 달러(782억 원)에 팔았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아내이자 가수인 그라임스는 이달 초 NFT 원본 보증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이미지를 580만 달러(65억 원)에 팔기도 했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지난 17일 첫 NFT 미술품 경매가 진행됐다. 경매에 출품된 작품은 국내에서 첫 시도된 마리킴의 NFT 작품 ‘미싱 엔 파운드(Missing and found·2021)’이다. 최초 5000만 원으로 시작해 경합 끝에 한국의 한 수집가에게 288 이더리움에 낙찰됐다. 288 이더리움을 한화로 환산하면 약 6억 원에 달한다. 이는 시작가에서 11배 이상 올라간 가격이다.

뉴욕의 영화감독 알렉스 라미레스 말리스는 NFT 열풍을 조롱하기 위해 방귀 소리를 녹음한 오디오 클립에 NFT를 적용해 시장에 내놨다. ‘설마 이것도 살거냐, 살테면 사봐라’라는 의도였지만, 실제 85달러에 팔렸다.

■트윗 메시지가 28억… 비판 목소리도

NFT 시장이 급성장하는 배경에는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인식 변화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디지털 작품 등 물성을 갖지 않은 자산이라도 오리지널리티로서의 가치를 갖고 사고 팔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과거 어느 온라인 게임 속 ‘절대보검’이 현실에서 3000만 원대에 거래될 때만 해도 게임 덕후들만의 치기 어린 행동이라 여기던 기성세대들도 이제는 디지털 작품이나 아이템의 가치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

물론 현재 형성된 가격에 대해선 여러가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아무리 트위터 창업자의 최초 트윗이라해도 트윗 메시지 하나의 가격이 28억 원까지 치솟는 것에는 거품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잭 도시의 트윗을 낙찰받은 시나 에스타비는 암호화폐 기업 브릿지오라클의 대표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결국 NFT 업계 사람들이 NFT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일종의 ‘노이즈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른 문제점도 있다. 아직까지 NFT 거래를 제대로 보호하기에는 현행법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아직은 NFT로 디지털 자산을 거래했다고 해도 법적으로 ‘지적재산권’이 넘어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타인의 디지털 자산에 누군가가 임의로 NFT를 생성해 파는 것도 문제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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