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야구 2년 차, 이젠 결과 꽃피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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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이길 때' 허문회 감독

자율야구로 2년 차를 맞이한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 롯데 자이언츠 제공

허문회 감독의 ‘자율 야구’가 롯데 자이언츠를 탈바꿈시켰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허 감독의 야구 철학에 부응하듯 스프링캠프 기간 선수들의 열기는 예년보다 뜨거웠다. 그리고 그 결과는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의 무서운 질주로 이어졌다.

선수들 스스로가 ‘이길 때가 됐다(Time To Win)’는 구단의 새 캐치프레이즈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전력상으로는 지난 해와 큰 변동 없다. FA 계약으로 외부 선수 영입은 없고, 오히려 외야에서 중심을 잡아주던 주장 민병헌이 뇌동맥류 수술로 이탈했다.

허 감독, 신뢰·효율적 훈련 강조
합숙훈련 중에도 휴가 ‘파격실험’
달라진 선수들 2021년 돌풍 예고
시범경기서 무서운 질주로 ‘화답’
“감독 역할은 선수 도와주는 것”

롯데는 그러나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보다 끈끈해진 힘을 보여줬다. 지난해 비록 7위로 마감했지만 막판까지 가을야구 싸움을 하며 길러진 ‘이기는 문화(위닝컬쳐)’가 큰 원동력이다.

허문회 감독은 지난 해 부임 후 자율적인 훈련과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평소 “프로야구 선수는 개인 사업자”라는 말을 자주 한다. 부족한 부분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선수 본인이니, 감독과 코치가 지도하기 전에 먼저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허 감독의 지론에 롯데 스프링캠프는 강압적인 ‘지옥 훈련’은 철저히 배제하고, 선수가 본인에게 필요한 훈련을 능동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허 감독이 자율성과 신뢰를 강조하자 스프링캠프 시작 전 선수들도 신체적인 훈련 준비를 완벽하게 마치며 화답했다. 허 감독은 “선수단 전체가 캠프 준비를 잘했다. 체성분 분석에서 만족할 만한 수치가 나왔다”며 “내가 할 일이 없다”고 웃어보였다.

허문회 감독은 평소 “감독은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말로 자율성을 표현한다. 이번 스프링캠프도 일부러 참관을 자제한다. 선수들이 감독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무리한 동작을 취하다 부상 당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롯데 자이언츠가 스프링캠프에서 합숙 훈련 중인 선수들에게 3일간의 설날 연휴 휴가를 부여하는 파격 실험을 했다. 이같은 결정에는 허문회 감독의 생각이 크게 작용했다. 잘 쉬고, 마음도 잘 비워야 훈련 효과도 좋다는 것이다.

허 감독은 “야구에 집중하려면 야구장에 오기 전 머리를 깨끗이 비워야 한다”며 “개인적으로도 1년차 감독 시절을 겪으면서 조급한 마음을 비우는 여유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허문회 감독은 이대호가 FA계약에 포함한 우승 공약도 흐뭇하다. 덕분에 팀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허 감독은 “꿈은 곧 목표가 된다. 그런 면에서 이대호의 우승 공약은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대호의 마음과 메시지가 선수들에게도 정확하게 전달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율성을 강조한 만큼 팀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허문회 감독은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라도 경쟁은 피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전쟁터와 같은 1군 무대엔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만이 설 수 있다는 것이 허 감독의 자율야구 철학의 핵심이다.

허 감독은 “감독의 역할은 선수를 지도하는 것보다 팀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을 기용하는 것”이라며 “이대호도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당연히 벤치다. 이대호만큼 야구를 한다면 빼지 않는다. 잘하는데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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