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빚 갚기 힘든 ‘고위험’ 자영업자 20만 7000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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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발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

지난해 자영업자나 기업이 빚으로 코로나19 충격을 버텼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빚을 갚지 못할 한계 상황에 몰리는 자영업자와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여기에 시장 금리 상승과 함께 대출 금리까지 오르면 이들의 부담은 훨씬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 ‘고(高)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자영업자 가구는 지난해 말 현재 20만 7000가구, 이들의 부채는 79조 1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 분석에서 고위험 자영업 가구는 DSR(소득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 40%, DTA(자산평가액대비 총부채 비율)가 100%를 넘는 가구로 정의됐다.


부채는 79조 1000억 원으로 추산
9개월 새 9만 가구·40조 원 늘어
대출 금리 인상, 채무 부담 가중
기업들, 재무 건전성도 계속 악화

지난해 3월 말과 비교해 9개월 사이 고위험 자영업 가구 수가 9만 8000가구, 고위험 부채도 40조 4000억 원 늘었다.

다만,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기업에 대한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의 정책 효과를 반영하면, 고위험 자영업자 가구는 19만 2000가구, 고위험 부채 규모는 76조 6000억 원으로 다소 줄어든다. 19만 2000가구는 금융부채가 있는 전체 자영업자의 6.5%에 해당한다.

19만 2000가구를 기준으로 업종별 구성(금융부채 기준)을 보면, 도소매 비중이 18.8%로 가장 크다. 이어 운수(15.4%), 보건(5.4%), 개인서비스(5.3%) 순이다.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도 계속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채무상환 위험 기업’ 비중은 전체 분석 대상기업(2019년말·2020년 3분기말 재무제표가 모두 공시된 상장·비상장기업 2175개)의 6.9%로, 2019년의 7.8%보다 0.9%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채무상환 위험 주의기업’의 비중은 1년새 33.4%에서 36.8%로 오히려 3.4%포인트 늘었다. 채무상환 위험 기업의 여신은 분석 대상 기업 전체의 금융기관 여신(403조 8000억 원)에서 10.4%를 차지했다. 2019년의 9%와 비교해 비율이 1.4%포인트 높아졌다. 채무상환 위험 주의기업의 여신 비중도 1년새 40%에서 40.9%로 늘었다.

한편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 등 민간 부문의 빚(신용)은 전체 경제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한은은 2020년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잔액) 비율을 215.5%로 추정했다. 통계가 시작된 1975년 이후 가장 높을 뿐 아니라 2019년 말 대비 증가폭(18.4%) 역시 최대치다.

이에 따라 실제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과 장기추세 비율 사이의 차이(갭)도 작년 말 기준 5.9%포인트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2008년 2분기 1.7%포인트) 이후 가장 커졌다.

주체별로는 가계신용이 작년 말 현재 1726조 1000억 원으로 1년 새 7.9% 늘었고,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175.5%로 2019년 말보다 13.2%포인트 높아졌다. 소득과 비교해 채무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기업신용도 2153조 5000억 원으로 10.1% 불었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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