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춘객 꽃구경에 ‘코로나 방역망’ 무너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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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축제들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전국 최대 벚꽃 축제인 진해군항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리지 않는다. 창원시 진해구민들이 코로나19 확산이 걱정돼 마음을 모아 그렇게 결정했다고 한다. 진해구는 그래도 상춘객들이 몰려들까 봐 주차장 같은 편의시설은 아예 제공하지 않을 작정이다. 진해군항제뿐만이 아니다. 창원 진동미더덕축제, 함안 아라가야문화제, 의령 홍의장군축제, 통영 봉숫골꽃나들이축제, 거제 대금산진달래축제, 울산 작천정벚꽃축제 등 부산 근교의 대표적 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대부분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개최가 무산된 터라 시민들의 실망감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봄 축제 잇단 취소에도 인파 이어져
방문 자제하거나 방역수칙 엄수해야

축제는 취소했지만 각 지자체와 방역당국은 여전히 전전긍긍이다. 벚꽃 등의 개화가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이를 놓치기 아까워하는 상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해 여좌천 주변에는 지난 주말과 휴일 몰려든 차량으로 길이 막히고 주차난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부산의 벚꽃 명소인 광안리 삼익비치 주변이나 온천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문제는 많은 인파 속에서 거리 두기가 무색하게 몰려다니거나 마스크를 벗은 채 음식을 먹는 등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단초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지만 이들의 방문을 막을 근거나 방안이 딱히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3차 유행이 정체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일 4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는 형편이다. 특히 경남권 상황이 심상치 않다. 진주 등을 중심으로 근래 하루 평균 5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부산에서도 목욕탕과 냉장업체를 중심으로 n차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누적 환자는 25일 결국 10만 명을 넘어섰다. 10만이라는 숫자보다 그 추세가 더 무섭다. 누적 환자가 3만 명을 돌파한 게 지난해 11월 21일로,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 20일 이후 10개월이 걸렸다. 그런데 그 뒤 불과 4개월 사이에 7만 명이 불어난 것이다.

이 좋은 봄날에 안타깝지만, 지금은 꽃구경을 즐길 때가 아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 종식은 아직 요원하다. 더욱이 현재의 코로나19 3차 유행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바람 꽉 찬 풍선 같은 상태다. 자칫 한 군데 구멍이 생기면 그동안 겨우겨우 버텨오던 방역체계는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다. 우선 시민들부터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다져야 한다. 행락지 방문을 자제하고, 어쩔 수 없이 방문하는 경우엔 방역수칙을 엄수하길 당부한다. 각 지자체들도 몰려드는 방문객들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만반의 대책을 갖춰 놓아야 할 것이다. 공들여 쌓은 방역망이 한철 꽃구경에 무너져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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