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뎁스’가 달라졌다, 더이상 ‘봄데’는 없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오윤석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밑바닥부터 달라지고 있다. 백업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모두 합쳐 11승을 거뒀다.

물론 롯데가 과거 화려한 봄을 보냈다가 정작 시즌에선 고꾸라졌던 기억이 워낙 많은 탓에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하지만 단순히 ‘봄데’(봄에만 잘하는 롯데)라고 치부하기에는 경기 내용 자체가 예년과는 확연히 다르다.

백업 선수 기량 급상승에 연승
‘주전-비주전 격차’ 약점 해소
‘2군 육성에 집중’ 전략 결실
오윤석·김민수 연일 맹활약
외야 1자리 두고 7명 경쟁
선발투수 자리에도 카드 많아
허문회 감독 “행복한 고민”

무엇보다 주전과 후보의 차이가 과거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좁혀진 점이 눈에 띈다. 실제로 롯데는 SSG랜더스와 지난 22일 시범경기에서 2-3으로 끌려가던 5회부터 대반격에 나섰다. 당시 SSG는 5∼7회 이태양, 김태훈, 김상수로 이어진 ‘필승조’를 풀 가동했으나 8점이나 내주며 무너졌다. 대반격을 이끈 주역은 백업 선수들이었다.

주전 선수들이 두 타석을 소화하고 빠져나간 5회부터 투입된 이들은 이날 팀이 뽑아낸 16안타 가운데 11안타를 합작했다. 오윤석이 3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했고, 김민수 또한 결승타 포함 2안타 3타점을 수확했다.

이들의 활약은 2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롯데가 3-1로 이긴 이 경기에서도 교체 투입된 김민수와 추재현, 최민재는 맹활약을 펼쳤다. 0-0이던 8회 초 볼넷으로 출루한 김민수가 대타 강로한의 유격수 땅볼 때 선취점을 올렸다. 9회 초에도 안치홍 대신 들어간 추재현이 2루타를 날린 데 이어 배성근의 유격수 땅볼 때 결승 득점을 기록했다. 이어 최민재는 2루타로 2루에 있던 배성근을 홈에 불러들였다.

이렇듯 주전 2루수 자리에 안치홍이 버티는 가운데 오윤석, 김민수는 물오른 타격감으로 2루를 최대 격전지로 만들고 있다.

민병헌이 지병으로 빠져나간 중견수 자리도 경쟁이 치열하다. 정훈이 가장 유력한 주전 후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추재현, 김재유, 강로한, 신용수, 최민재에 이어 신인 나승엽까지 팽팽한 각축전이 전개되고 있다.

이맘때면 주전급과 비주전급이 어느 정도 구분되기 마련이지만 현재 롯데의 사정은 과거와 다르다. 주전과 부주전의 경계선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과거처럼 뚜렷하지 않은 것이다.

롯데는 2019년 9월 성민규 단장 부임 이후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최첨단 장비를 도입했고, 2군 시설 개선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군 로스터를 갉아먹던 잉여 자원을 싹 정리하고 키워야 할 선수들에게 집중적으로 기회를 줬다. 2군에서 많은 실전 경험을 통해 착실하게 기량을 쌓은 이 선수들은 야무진 경기력으로 주전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가장 활약이 두드러진 김민수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롯데는 제대 후 팀에 합류한 김민수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병우를 키움 히어로즈로 트레이드했다. 김민수에게 기회를 몰아주기 위해서였다.

2군 타점왕에 오른 김민수는 연습경기에서 타율 0.429의 맹타를 휘두른 데 이어 시범경기에서도 5할(4타수 2안타) 타율로 주전들을 위협하고 있다.

롯데는 2019년 민병헌의 부상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최하위로 떨어진 기억이 있다. 2020년에는 민병헌·안치홍의 부진과 5선발 부재 속에 7위에 그치며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주전과 백업의 기량 격차가 워낙 커서 주전 한두 명이 슬럼프에 빠지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의 롯데는 백업 선수들이 급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주전이 다치거나 부진하더라도 과거처럼 흔들리지 않을 팀으로 변모했다.

5선발 자리도 이승헌, 서준원에 이어 신인 김진욱과 2군에 있는 최영환, 나균안(개명 전 나종덕)까지 쓸 수 있는 카드가 적지않다. 허문회 감독도 “(5선발 자리는) 조금이 아니라 많이 고민된다. 중간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행복한 고민일 수도 있다”고 웃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