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선에 마비된 수에즈 운하 선박 185척 옴짝달짝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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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좌초된 초대형 컨테이너선 ‘MV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아 185척에 달하는 선박들의 발이 묶였다. 선박위치조회 사이트인 마린트래픽에 표시된 수에즈 운하 일대 선박들의 모습. 마린트래픽 캡처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사흘째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가로막히면서 국제 해상 물류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23일 오전 7시께 2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MV 에버기븐호’가 홍해를 지나 북쪽으로 수에즈 운하를 지나다 좌초했다. 전체 길이가 400m에 달하는 에버기븐호는 폭이 약 280m인 운하를 비스듬히 가로질러 막았고, 선수가 한쪽 제방까지 닿았다.

사흘째 오도가도 못 하고 갇혀
국제 해상 물류 큰 타격 불가피
준설선 동원 배 띄우기 실패 땐
사태 해결에 수주일 소요 예상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선체를 수로 방향으로 바로 세워 다른 선박이 지날 수 있도록 예인선을 보내 한쪽에선 끌어당기고 다른 한쪽은 밀고 있다.

그러나 이 사고 선박의 규모가 크고 일부가 모래톱에 박혀 이동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SCA는 수심이 깊어지는 밀물 때에 맞춰 준설선을 동원해 선체 아래의 모래를 퍼내 배를 띄우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24일 오후 선체의 일부를 다시 띄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예인 작업이 진척되지 않으면 컨테이너를 하역해 배의 중량을 가볍게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컨테이너를 하역할 경우 크레인이 필요한데 이 경우 통항이 재개되는 데 수주일이 걸릴 수도 있다.

수에즈 운하에서는 앞서 2004년, 2016년, 2017년에도 선박 사고로 통항이 일시 차질을 빚은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사고 선박이 초대형이었던 적은 매우 이례적이다.

국제 해상 물류의 핵심 통로인 수에즈 운하는 지난해 기준 약 1만 9000척, 하루 평균 51척이 운하를 통과, 전 세계 교역량의 12%를 담당했다. 이 운하가 막히면 상품뿐 아니라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운송도 차질을 빚게 된다. 실제로 이번 사고로 걸프 해역에서 이동하는 유조선 통행이 중단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반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5.9%(3.42달러) 치솟은 61.1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통항이 사흘째 접어들면서 운하 양쪽에 정체된 선박이 185척에 달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했다. WSJ는 “선박 회사들은 통항이 빠르게 재개된다고 해도 수일간 사고의 여파가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와 컴퓨터 제조사에 대한 반도체 공급이 이번 수에즈 운하 마비로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기치 않은 사고에 선박의 금전적 피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에즈 운하 항행 지연 시 선주는 하루에만 약 6만 달러(약 7000만 원)의 손해를 볼 것으로 예측된다. 윤여진 기자·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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