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노동자’ 바흐, ‘금수저’ 멘델스존… 작곡가 29명의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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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좋다/조희창

클래식 음악을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 나왔다. 비발디, 헨델 같은 고전 음악가부터 현대 음악가 윤이상, 피아졸라까지 클래식 작곡가 29명의 생애와 작품 탄생 비화를 모았다.

<클래식이 좋다>는 부산을 비롯한 전국에서 클래식 음악 강의와 해설자로 활약하고 있는 조희창 음악평론가가 ‘클래식 입문서’ 성격으로 쓴 책이다. 부제인 ‘29인의 작곡가를 만나다’가 설명해주듯 작곡가의 생애, 주요 작품이 쓰인 시기와 이유,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짧은 시간 안에 살펴볼 수 있다. 모르고 들어도 좋은 음악이 클래식이지만, 작곡가와 작품에 대해 알게 되면 감상의 폭이 더 넓어진다.

클래식 입문서, 감상의 폭 넓히는 데 도움
주요 작품 나오는 영화 소개, 대중적 접근

이를테면 헨델과 바흐는 비슷한 시기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서로 매우 다른 삶을 살았고 내놓은 음악도 확연히 다르다. 헨델은 법조인의 아들로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최고의 교육을 받았고, 작곡가가 된 이후에도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해 당대 최고 작곡가로 대우를 받다가 세상을 떠났다. 반면 바흐는 가난하지만,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교회에서 일하며 두 아내를 통해 20명의 자식을 낳아 부양하느라 평생 어렵게 산 ‘음악 노동자’였다. 작곡가로서 조명받기 시작한 것도 사후 100년이 지나 멘델스존이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연주하면서부터다.

바흐의 위대함을 세상에 알린 멘델스존은 음악사에서도 눈에 띄는 ‘금수저’ 출신이다. 유대계 은행가의 아들로 부유하게 자랐고, 결혼해서 5명의 자식을 낳고 별 탈 없이 행복하게 살았다. 당대에 이미 천재라고 불렸고, 독일 최초 음악 전문 교육기관 라이프치히음악원을 설립한 교육자였다. 저자는 멘델스존이 어려움을 겪었던 다른 위대한 음악가와 달리 완벽한 삶을 살아 질투를 유발하지만,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망한 점이 우리에게 유일한 위안이라고 위트있게 설명한다.

근대와 현대로 넘어오면 작곡가들의 에피소드가 더 생생해진다. 체코 출신의 말러, 독일 출신의 슈트라우스는 같은 독일어권 음악계에서 동시대에 활동한 친구 사이였다. 어두운 표정으로 지휘할 때는 ‘발작하는 고양이’라고 불릴 만큼 격정적인 지휘를 선보였던 말러와 달리 슈트라우스는 밝은 성격에 지휘할 때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의 드보르자크는 요즘 말로 하면 ‘철도 덕후’였음을 보여주는 재밌는 에피소드도 나온다.

책에서 소개하는 유일한 한국인 작곡가 윤이상을 설명하는 페이지까지 읽으면 새삼 윤이상이 얼마나 시대를 뛰어넘은 아티스트였는지 알게 된다. 책의 미덕은 클래식을 친근하게 느끼게 해줄 뿐만 아니라, 친절하게 클래식의 세계로 안내한다는 점이다. 작곡의 모티브가 됐거나 주요 작품이 나오는 영화를 소개해 대중적으로 접근했다. 또 주요 작품의 유튜브 QR 코드를 삽입해 독자가 바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조희창 지음/미디어샘/392쪽/1만 8000원.

조영미 기자 mi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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