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진의 월드 컷] 미얀마 아이들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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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팀장

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 1일 전격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민주 정권이 들어선 지 불과 6년 만에 미얀마의 봄은 끝나고 말았다. ‘피의 수요일’로 불린 지난 3일 40명 가까운 시민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이후 24일(현지시간) 현재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 집계결과 275명에 달하는 시민이 군경의 총탄에 희생됐다.

폭력 진압은 어린 아이들의 숨결마저도 앗아갔다.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의 한 집에서 아버지 무릎 위에 앉아있던 7살 소녀가 지난 23일 군경의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은 세계인의 마음을 무너뜨렸다. 이날 만달레이에서만 최소 8명이 숨졌는데, 이 중에는 14살 소년 툰 툰 아웅(사진)도 있었다. 시위 현장 인근에 있었다는 이유로 14살 소년의 생은 허무하게 끝났다. 소년의 얼굴을 부여쥔 가족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지난 20일에는 찻집에서 일하던 15살 소년 조 묘 텟이 군경이 난사한 총에 숨졌다. 시위에 줄곧 참여해 온 15살 고교생 아웅 카웅 텟도 군경의 총탄에 숨을 거뒀다.

이에 24일 양곤 등 미얀마 전역에서는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차량 운행도 하지 않는 ‘침묵 시위’가 벌어졌다. “군경의 유혈 진압에 항의하는 비폭력 저항인 동시에 군정의 행보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현지 매체의 보도에 숙연해진다. 1979년 10월 16일 부마민주항쟁,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 우리의 과거가 자연스럽게 겹친다.

어린 아이들의 죽음 이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미얀마독립조사메커니즘(IIMM)은 결의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미·중 갈등의 가속화로 ‘신냉전’이란 평을 들을 만큼 양분된 국제사회 탓에 지금껏 발표됐던 ‘반쪽짜리 ’ 규탄 성명서들이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권’이 여전히 후순위인 현실이 개탄스럽다. 국제사회의 연대가 더욱 절실한 지금 유엔이 구심점 역할을 해내야 한다. 유엔의 강력한 대응은, 폭력과 광기의 현장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시민들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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