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대교 보행로 조성, 결국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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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부산시설공단 관계자들이 봄을 맞아 고압 물 분사기를 이용해 광안대교 현수교 주탑의 묵은 때를 씻어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광안대교에 보행로를 만들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소음, 진동 등으로 안전한 보행환경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다. 휴식과 관광을 위해 보행로를 기대했던 시민들에게 실망감이 적지 않은데, 설계 때부터 보행공간을 확보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시는 지난해 3월부터 실시한 ‘광안대교 보행로 조성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용역에 따르면 광안대교 보행로 예정 구간의 소음은 72~76db로 관련 법 기준을 초과했다.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정도의 소음이라는 것이다. 진동 역시 74~75db로 기준치를 초과해 노약자가 서 있으면 어지러움을 느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풍속은 보행에 부적합한 초속 7~32.7m의 강풍이 연중 1만 7994회 불었다. 걸어서 1시간 이상 걸리는 길이 4.3km의 보행로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보행로 조성 타당성 검토 결과
소음·진동·풍속 심해 부적합
차량·교량 안전성에도 악영향
부산시 “행사 때만 임시 개방”
설계 때 반영 못 한 아쉬움 커

광안대교를 통과하는 차량의 안전성도 저하될 우려가 있다. 1.5~2m 폭의 보도를 설치하려면 폭 3.5m이던 차로를 최소 3m로 줄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특히 화물차의 통행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보행 안전을 위해 차량방호난간, 추락방지펜스 등을 신설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교량의 내구성과 안전성이 저하될 우려가 높아진다. 구조물이 늘어나면 광안대교가 바람으로부터 충격을 받는 ‘풍하중’도 증가한다.

보행로 설치에 대해 부정적인 시민 의견이 많았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보행환경에 대한 설명 없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보행로 신설에 찬성한 시민이 60%를 넘었지만, 보행환경을 설명한 뒤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반대가 60%로 오히려 많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앞으로 행사가 있을 때만 광안대교를 개방하는 식으로 운영한다. 현재 해맞이 축제 등 매년 8회 정도 광안대교를 시민들에게 개방한다. 하지만 ‘걷기 좋은 도시’와 해양관광을 도시의 핵심 가치로 내세우면서 광안대교 보행로 개설을 외면하는 것은 소극적인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서대 관광학부 강해상 교수는 “해외 등 여러 사례를 참고할 때 보행자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할 수 있다”며 “해양수도를 자처하는 부산시는 바다와 관련한 킬러 관광상품으로 과연 무엇이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일본 아카시해협대교의 경우 첫 번째 교각까지 일부 구간이기는 하지만 교량이 완성된 뒤 보행로를 추가로 설치했다. 광안대교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호주 시드니의 하버브리지는 당초 설계 때부터 보행로를 포함해 공사를 진행했다. 부산시 김종경 도시계획실장은 “광안대교의 상품성 등을 고려하면 설계 때부터 보행 수요를 감안했어야 한다고 본다”며 “당시 비용이 늘면 예타 통과를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보행로가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안준영·박세익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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