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고객·직원 신뢰 회복 위해 ‘진심’ 정공법 쓴 것 주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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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퇴임 빈대인 BNK부산은행장

오는 31일 퇴임하는 빈대인 BNK부산은행장이 24일 부산은행 본점 행장실에서 퇴임을 앞둔 소회를 밝히고 있다. 부산은행 제공

“어려운 시기에 등판해 중간계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습니다. 이제는 다음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길 때입니다.”

오는 31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빈대인 BNK부산은행장은 최근 차기 행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용퇴를 결정했다. 24일 부산은행 행장실에서 만난 빈 행장은 용퇴 결정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야구’를 빗대어 에둘러 대답했다.


차기 행장 선출 과정서 ‘용퇴 결정’
취임 당시 위기 속 중간계투 역할
영업점 디지털화 등 많은 성과 달성
“나보다 부산은행 발전 더 중요”

그룹의 자사 주가조작사태 등으로 혼란하던 2017년 9월에 12대 부산은행장으로 취임한 빈 행장은 “큰 점수차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 중간계투로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의 마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매일 벌어지는 야구 시합이야 때로는 질 수도 있지만 평생 몸 담아온 직장의 위기에 등판한 나에게 이 시합은 결코 져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고 당시의 각오를 설명했다.

그는 최우선 과제로 신뢰 회복을 꼽았다. 지역의 신뢰, 고객들의 신뢰, 심지어 직원들간의 신뢰도 무너진 상황이었다. 그리고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으로 ‘진심’이라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주효했다. 3년여가 지난 지금 부산은행은 다시 정상궤도에 올라섰다.

행장 임기뿐만이 아니다. 행장직을 내려놓는 것과 동시에 은행원으로서의 그의 삶도 내려놓게 된다. 2016년 부산은행의 모바일 금융플랫폼 썸뱅크 출범, 2017년 영업점 디지털화 등 여러 성과에 그의 땀이 배어있었다. 소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지난 10년여 동안 조직의 중심에서 은행의 변화를 돕고 때로는 변화를 이끌며 현재의 부산은행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 순간이 저에게 영광스러운 순간들로 기억될 것입니다.”

빈 행장이 먼저 야구를 빗댔으니 기자도 거들었다. “야구로 비유하면 시합을 역전시키고 마운드를 내려온 셈이네요.” 그렇다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셈이다. 그러나 빈 행장은 자신을 ‘승리투수’로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 시합은 끝난 것이 아닙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동점 정도는 만들고 내려온 것 같네요.”

‘동점’이라고 하니 되물었다. “역전까지 한 후에 내려오고 싶지 않으셨습니까?”

잠시 시간이 멈추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자리엔 욕심은 없습니다. 다만 아직 해야할 일들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저를 아쉽게 만드네요. 그래서 처음엔 차기 행장에 도전하려 했습니다. 딱 1점만 더 내고 마운드에서 내려오자는 마음이었지요. 그러나 더그아웃에 있는 다음 투수들을 믿기로 했습니다. 제가 승리투수가 되는 것보다 팀의, 우리 은행의 승리가 더 중요하니까요.”

퇴임 후 계획이 궁금했다. 빈 행장은 “1년 정도는 쉬면서 다음 계획을 세워보려 한다”며 “당분간 은행원이 아닌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고 했다. 33년간 은행원으로 살아왔던 그다. 이제 부산은행이라는 팀의 마운드에서는 내려오지만, 조만간 인생의 또다른 마운드 위에서 힘차게 공을 뿌릴 그를 기대해본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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