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태양 반사광(光) 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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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알아냈다)!”의 주인공인 아르키메데스는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천재다. 요즘 학문 분야로 따지면 수학 물리학 천문학 공학과 같은 분야에 선구적인 업적을 남겼는데, 우리가 누리는 현대 문명은 그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아르키메데스가 이룬 많은 발견과 연구 중에는 태양 반사광을 이용한 무기도 있어 이채롭다. 바로 청동거울로 태양광을 반사하는 것인데, 기원전 3세기 무렵 그의 고향인 시라쿠사가 로마군을 맞아 싸울 때 시라쿠사를 위해 고안했다고 한다. 처음엔 수십 개의 청동거울로 해안으로 접근하는 로마 함대에 태양광을 반사했다. 그러자 노를 젓는 군사들이 방향 감각을 상실해 자기들끼리 좌충우돌하면서 혼란에 빠졌다. 로마군이 반사광 차단 시설을 하고 다시 공격해 오자, 이번엔 수십 개의 청동거울을 하나의 전함에만 집중해 그 배를 불태웠다고 한다. 정말로 그런 효과를 거뒀는지 의아하지만, 1970년대에 한 그리스 과학자가 실험으로 이를 증명했다고 한다. 어쨌거나 태양 반사광이 사람을 괴롭히는 수단이나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역사상 최초의 사례가 아닐지 모르겠다.

21세기 들어서는 태양 반사광이 무기보다는 도심지 공해로 더 논란거리다. 특히 벽면을 유리로 마감한 고층 빌딩이 급증하면서 건물에서 튕겨 나오는 반사광으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다. 무전기 워키토키를 닮았다고 해서 ‘워키토키 빌딩’으로 유명한 영국 런던의 ‘트웬티 펜처치 스트리트(20 Fenchurch Street)’ 건물. 외벽이 모두 유리로 2014년 완공된 이 37층짜리 건물은 외벽에서 반사된 강렬한 태양광이 맞은 편에 주차된 자동차를 녹이는 바람에 세계적으로 유명세 아닌 유명세를 치렀다. 첨단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의 역습이라고 할 만하다.

최근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서는 통유리로 된 인근 고층 건물에서 반사되는 태양광 피해에 대한 대법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나와 화제다. 1심부터 무려 12년 만에 나온 대법원 판결인데, ‘태양 반사광으로 인한 참을 수 없는 한도의 생활 방해’가 공식 공해로 인정받은 것이다. 법원 감정에 따르면 무려 양초 7000만 개가 내뿜는 분량의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니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기도 어렵다. 유독 고층 건물이 많은 부산에 유사한 갈등이 이미 여러 건이라고 한다. ‘욕망의 바벨탑’을 숭배한 인간의 자충수가 빚은 업보가 아닐 수 없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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