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들판의 봄맛 한 그릇이면 맛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강서구 명지시장 한바다횟집

봄 향기가 입안을 가득 채우는 도다리쑥국.

바다의 거친 바람 맛과 들판의 차분한 흙 맛이 만난 느낌이었다. 국물을 한 숟갈 떠 먹는 순간 “올해도 봄이 왔구나”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입에서 튀어나왔다.

‘봄의 전령사’ 도다리와 ‘봄의 선물’ 쑥이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산 강서구 명지동으로 달려갔다. 명지시장에서 27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한바다횟집(대표 이동환)’에서 도다리쑥국을 먹기 위해서였다.

봄 대표 선수들 만난 ‘도다리쑥국’
자연산 도다리의 두툼한 살 부드럽고
노지서 키운 쑥 향기 입안 가득 퍼져

뼈째 썬 도다리회 꼬들꼬들하고 고소
밑반찬으로 나오는 전어밤젓갈 독특


이 대표는 명지 출신이다. 이곳에서 조상 대대로 살아왔다. 그는 대우조선에서 7년 동안 일하다 27년 전인 1994년 횟집을 열었다. 장남이어서 부모 곁에서 지내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온 가족이 매달려 가게를 꾸려갔다. 그는 친구가 운영하는 시장 횟집에서 반 년간 칼질을 익혔다. 어머니는 매운탕 잘 끓이는 방법을 연구했다. 여동생과 누나는 물론 고모도 일을 거들었다. 처음 못 마땅해 하던 아버지도 나중에는 가장 바쁜 ‘종업원’으로 변신했다.

가게를 막 개장했을 때에는 단골은 고사하고 손님이 제대로 없어 밤늦게까지 식당 문을 열어두어야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집보다 더 오래 더 열심히 일하는 수밖에 없었다.

도다리는 겨울철에 산란을 하고 봄에 먹이활동을 활발히 펼치기 때문에 살이 차올라 맛이 빼어나다. 그래서 봄 생선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어획량이 적은 탓에 요즘 ‘진짜 도다리’를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횟집에서 도다리라고 파는 생선은 실제로는 문치가자미나 강도다리가 대부분이다. 도다리 같은 흰 살 생선은 저지방 고단백 식품이다. 비타민 B도 많다. 그래서 뇌질환 및 염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도다리쑥국은 여러 가지 양념을 넣어 끓이는 매운탕이 아니다. 기본 재료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맑은 탕으로 먹는 음식이다.

이 대표가 도다리쑥국과 도다리회를 가져왔다. 도다리쑥국 첫 국물에서 매우 강한 쑥 향이 풍겼다. 봄 향기가 입안에 가득 감도는 느낌이었다. 잠시 후 입에서 빠져나온 ‘봄 맛’은 코에서 머리를 거쳐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국물은 단맛이 감돌면서 개운하고 맑은 느낌이었다. 살아있는 자연산 도다리를 바로 잡아 넣은 덕분에 고기 살도 매우 부드러웠다. 한마디로 아이스크림처럼 살살 녹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에서 가장 깔끔하고 맛있는 도다리쑥국이었다.

도다리쑥국을 끓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된장을 풀어 넣고 도다리를 잘라 넣은 다음 무를 넣고 끓이다가 소금으로 간을 내면 된다. 육수는 도다리 대가리와 몸통을 넣고 끓여낸다. 이 대표는 “쑥은 엄궁시장에서 노지에서 키운 것을 사 온다. 비닐하우스 재배 쑥은 향이 강하지 않아 쓰지 않는다”면서 “재료가 좋아서 굳이 다른 양념을 안 넣어도 제 맛이 난다”고 말했다.

뼈째 썬 ‘세꼬시’인 도다리회에서는 바닷바람이 느껴졌다. 그 안에서 상큼한 봄 향기가 물씬 풍겼다. 불과 보름 전 거제에서 느끼던 봄 냄새와 완전히 분위기가 달랐다. 살은 야들야들하면서 달콤하고 뼈는 꼬들꼬들하면서 고소한 게 “바로 이 맛”이었다.

한바다횟집에서는 계절별로 자연산 횟감을 취급한다. 가자미는 1년 내내 들어오고, 봄에는 도다리, 여름에는 하모(갯장어), 가을에는 전어, 겨울에는 열기, 이시가리, 방어 등이다. 도다리는 경남 통영에서 받아온다. 이 대표는 “생각보다 지금 살이 많이 올랐다. 거의 다 찬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밑반찬 중에서 독특한 젓갈이 눈에 띄었다. 전어밤젓갈이라고 했다. 전어밤은 전어 내장 중에서 완두콩만한 위를 뜻한다. 이것을 깨끗하게 씻은 뒤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넣어 만든 음식이다. 다른 생선 젓갈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맛이 인상적이다.

도다리쑥국 한 그릇과 도다리회 한 접시에 나른한 초봄 피로가 모두 사라졌다. 이제 상큼한 마음으로 다시 일하러 갈 때다. 기분좋게 자동차에 시동을 건다.

△한바다횟집/부산 강서구 신포길 17번길 18-1. 010-9669-9500. 도다리쑥국(1인분) 2만 원, 도다리(세꼬시) 6만~10만 원, 참가자미 5만~9만 원.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