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이야기] 고구마 먹은 듯 답답해? 고구마 먹으면 튼튼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맛 이야기] 슈퍼푸드 고구마

‘고구마’라는 단어는 요즘 그다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지 않는 것 같다. 신문기사에 나온 문구만 봐도 그렇다.

‘현실에 타협하거나 갈팡질팡 고민만 하는 고구마 캐릭터’ ‘고구마 먹은 듯 답답한 주인공’ ‘여기저기에서 고구마 줄기처럼 엮어 나오는 투기세력들’.

인간이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걸 고구마가 알게 된다면 억울한 걸 넘어 화를 낼지도 모른다. 그는 실제로는 답답하고 사악한 존재가 아니라 사람의 몸을 ‘시원하고 깔끔하게’ 만들어주는 건강 식품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겨울철에 ‘인기 간식 선호도 조사’를 실시하면 고구마는 항상 1~2위 자리에 오른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고구마를 단순한 기호식품이나 군것질거리로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고구마의 빼어난 영양학적 가치를 이야기해주면 깜짝 놀라고 말 것이다.

결론적으로 고구마는 인체에 매우 중요한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제가 넘쳐나는 일종의 슈퍼 푸드다. 소화 촉진에서부터 심장질환 발생 위험도 저하 등 고구마가 건강에 보태주는 이로운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구마의 성분 중 75%는 수분이다. 이밖에 복합탄수화물 20%, 섬유질 3%, 단백질 1.6% 등이다.

영양소를 보면 칼륨, 마그네슘, 칼슘, 비타민 A와 C 및 B6 등이 풍부하다. 칼륨과 마그네슘은 혈압을 낮춤으로써 심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데 큰 힘을 보태는 영양소다. 고구마에 풍부한 섬유질은 장운동을 활성화시켜 소화를 촉진한다.

고구마는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이다. 많이 먹어도 혈액 속 당 성분이 느리게 올라간다는 이야기다. 복합탄수화물과 섬유질 덕분이다.

고구마 색깔이 자주색인 것은 베타카로틴 때문이다. 당근 등 녹황색 채소에 많은 색소다.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은 물론 유해산소 예방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고구마는 항산화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염증 발생, DNA 훼손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고구마를 먹으면 베타카로틴이 비타민A로 바뀐다. 인체는 이 영양소를 면역력 강화 요소로 재활용한다.

고구마에는 천연 당 성분이 풍부하다. 영어로 ‘달콤한 감자’를 뜻하는 ‘스윗 포테이토’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이것 때문이다. 당뇨를 가진 사람에게 고구마는 식이요법 식품으로도 제격이다.

우리나라에 고구마가 처음 들어온 것은 1764년이다. 조선통신사 조엄이 일본에서 가져왔다. 그는 햇볕이 잘 드는 봉래산 동쪽 산비탈에서 고구마를 처음 재배했다. 이곳 고구마는 타박고구마라고 하는 밤고구마여서 크기는 작아도 맛이 뛰어났다.

지난해 10월 부산 영도에 ‘영도조내기고구마역사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이제 내달이면 개관 6개월을 맞이한다. 아주 북적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관람객이 꾸준히 찾아가는 시설이라고 한다. ‘조내기’는 청학동에 있었던 옛 자연마을 이름이다.

영도에서 재배를 시작해 전국으로 퍼진 고구마는 흉년이 들었을 때 굶주리던 백성을 먹여 살린 구황 작물이었다. 옛날 사람들은 추위에 약한 고구마를 포대에 넣어 춥지 않은 방구석에 보관했다. 할머니들은 화로에 고구마를 구워 이불에 손을 넣고 따뜻한 아랫목에 웅크리고 앉은 손자손녀에게 먹였다. 고구마가 가진 이런 역사와 문화를 생각하면 그에게 ‘답답하다’는 상징을 붙이는 건 부당하지 않을까. 고구마는 최고의 건강식품 대접을 받기에 충분하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