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10년 만에 정치적 재기… 안, 불투명한 정치적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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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오후 단일화 결과 발표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회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김종호 기자

국민의힘 오세훈과 국민의당 안철수. 두 범야권 기대주의 운명이 23일 단일화 경선을 통해 크게 엇갈렸다. ‘젊은 보수’의 아이콘에서 서울시장 중도 사퇴 후 10년간 정치권 외곽을 떠돈 오 후보에게 이번 승부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었다. 10년 전 서울시장 선거에서 ‘아름다운 양보’로 단숨에 대권후보로 부상했다가 이후 실패를 거듭한 안 후보에게도 이번 경선의 의미는 지대했다.

예상을 깨고 안철수라는 ‘대마’를 잡은 오 후보는 2011년 서울시장 사퇴 이후 10년 만에 권토중래의 계기를 만들었다. 오 후보는 단일화 승리 직후 “가슴 한 켠에 자리한 이 무거운 돌덩이를 걷어냈다”며 눈물을 보였다.

경선 단일화 결과로 운명 엇갈려
총선·당대표 탈락 고배 오세훈
이변 연출하며 일거에 위상 회복
뒷심 부족 안철수, 실패 또 반복


오 후보의 소감처럼 지난 10년은 패배와 수모의 연속이었다. 환경 전문 변호사에서 2000년 16대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한 오 후보는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정치자금법 등 이른바 ‘오세훈 3법’을 통과시키면서 젊은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총선 불출마 선언 직후인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 45살에 역대 최연소 서울시장 자리까지 거머쥐면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부상했다. 그러나 2011년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현 여당에 서울시장을 내주면서 이후 보수 몰락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그 멍에로 인해 2016년 총선,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당 대표 선거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특히 지난해 21대 총선에서마저 서울 광진구에서 신예인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에게 패하면서 정치적 재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이번에 당내 경선과 단일화 대결에서 대이변을 연출하면서 일거에 위상을 회복하는 분위기다.

반면 올해 초까지 대세론을 구가하다 이번에도 뒷심 부족으로 패배한 안 후보는 상당한 정치적 내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매번 초반에 기세를 올리다 막판에 역전 당하는 실패의 역사를 반복하면서 안 후보의 정치력과 판단력에 대한 의문후보는 더 커지게 됐다.

일단 안 후보는 이날 단일화 결과 발표 이후 당면한 재·보궐선거에 집중할 의향을 보였지만, 그의 정치적 미래는 극히 불투명하다. 당장 안 후보가 공약한 국민의힘과의 합당이 당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안 후보의 본선 진출이 좌절된 상황에서 통합의 주도권을 행사하기는 극히 어렵게 됐다. 안 후보는 이날 “새로운 정치로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는 안철수의 전진은 외롭고 힘들더라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이전만큼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창훈 기자 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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