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넓혀달라고 한 적 없는데… 해운대구청 미심쩍은 도로확장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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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청이 송정터널 인근 도로를 이전해 확장하는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져 해운대구의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해운대구청은 소방항공대 진출입로 개선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구의회는 민간 복합문화시설 조성을 돕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해운대구청은 이달 31일까지 해운대구 좌동 1423-3번지 일대 도시관리계획 변경결정안을 공고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지난 17일 공개된 변경결정안을 살펴보면 주 변경 대상은 좌동지하차도 교차로에서 부산소방재난본부 특수구조단으로 이어지는 도로다. 토지 416.4㎡를 도로 용지로 편입해 길이 74m인 도로를 97m로 연장하고, 폭도 기존 8m에서 9m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긴급차량 출동 용이” 명분과 달리
구의회 “민간 시설 편의 제공” 의혹

해운대구청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도시관리계획 변경 이유는 부산소방재난본부 특수구조단 진출입로 확보다. 소방항공대와 주변 토지 진출입로를 넓히고 유사시 소방항공대 긴급차량 출동을 용이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운대구청의 설명과 달리 소방항공대는 이같은 요구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측은 “해운대구청에서 도로 변경에 대한 의견을 물어와 ‘진출입로 확보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준 적은 있다. 그러나 공사가 시작되면 진출입로가 15m 가량 옆으로 이동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오히려 출동에 더 지장을 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해운대구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해운대구청이 민간업체인 A 사가 인근에 추진 중인 복합문화시설 조성을 돕기 위해 특혜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이번 도시관리계획 변경 요청을 한 주체도 A 사다. 이 업체는 도로 확장이 예정된 부지 인근에 면적 9879㎡ 규모의 복합문화시설 건립을 고려 중이다.

해운대구의회 임말숙 의원은 “해당 부지는 수년 전에도 골프연습장 건축이 추진됐다가 구청이 허가를 내주지 않은 곳”이라며 “교통 혼잡이 일어날 수 있는 데다 자연 녹지 훼손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해운대구청은 이번 도시관리계획 변경은 심의에 앞서 주민 의견을 듣는 절차일 뿐이며, 복합문화시설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해운대구청 건축과 측은 “도로 변경 요청이 들어와 법적 절차에 따라 부서 협의를 거친 뒤 주민 의견을 묻기 위한 공고를 낸 것”이라며 “도로 회전 반경을 넓히고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소방항공대 의견도 검토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복합문화시설 건립과 관련해 “도로 변경과 해당 시설 건립은 관련이 없는 사안이다. 조감도만 제시됐을 뿐 건축 허가 신청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우영 기자 ver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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