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지도 저러지도” 갈피 못 잡는 사이 주차단속 반 토막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강서구 명지동 한 식당가 도로변에 차량들이 불법주차 되어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22일 낮 12시께 부산 강서구 스타필드시티 인근 한 식당가. 왕복 2~3차로가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이곳에는 도로 양쪽으로 각종 음식점이 빽빽하게 몰려있다. 점심시간이 되자 외부에서 들어 온 차량이 도로 바깥쪽에 줄지어 주차하기 시작했다. 불법 주차한 차량 사이로 갑작스럽게 아이가 뛰쳐나오거나, 좁아진 도로 사이를 대형차가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위험한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코로나로 승용차 이용 늘었지만
불법주차 견인 2년 새 43% 감소
주민-상인 단속 둘러싸고 이견
상반된 민원 제기에 구청도 난감

이를 바라본 주민과 상인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명지신도시 주민 김 모(34) 씨는 “도심보다 신도시가 도로 사정이 나은 건 맞지만 불법주차가 너무 만연한데도 지자체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반면 소상공인 입장은 조금 달랐다. 2년 전부터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 모(38) 씨는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이 승용차를 타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줘야 한다”면서 “주차단속을 강화하면 가뜩이나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호소했다.

코로나가 덮친 지난해 부산 불법주차 견인 건수가 2년 새 반 토막이 났다. 코로나 감염 우려로 대중교통 이용이 줄며 불법 주정차가 늘어났지만 오히려 견인은 줄어든 것이다. 단속 권한이 있는 지자체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의 민원에 적극적으로 단속을 나서지 못해 난감한 기색이다.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불법주차 차량 견인 수는 2018년 3만 850건에서 코로나가 확산한 지난해 1만 7395건으로 43.6% 감소했다. 2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2만 6493건)과 비교해도 3분의 1가량 급감했다. 2019년보다 지난해 견인 건수가 늘어난 건 연제구뿐이었다. 범칙금을 부과하는 단순 단속 건수도 줄었다. 부산 16개 구·군이 지난해 단속한 불법주차 차량 건수는 총 82만 7985건이다. 이는 2018년 단속 건수(총 97만 6843건) 대비 15%가량 줄어든 수치다.

심지어 부산시민들의 승용차 이용 비중은 오히려 늘어난 상태다. 이달 부산시가 발표한 ‘2020년 교통조사 용역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지역 하루 평균 통행량은 502만 8000회다. 이중 시내버스(-41.6%)와 도시철도(-28.4%) 등 대중교통은 전년도 대비 통행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승용차는 220만 2000회에서 211만 6000회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에 승용차 이용 비중은 2019년 34.4%에서 지난해 42.1%로 크게 늘었다. 승용차 이용이 늘면서 불법 주정차 차량이 늘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오히려 단속 강도는 느슨해진 것이다.

지자체는 주민과 자영업자 간 ‘이중 민원’을 이유로 꼽는다. 불법 주정차에 불만을 품은 주민이 안전신문고 앱 등으로 이를 신고하면 지자체는 행정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속 차량 주인이 “코로나 시기에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라는 말이냐”고 문제를 제기하거나 주차 단속으로 손님 발길이 끊긴 식당 주인이 민원을 넣는 경우가 잦다는 것. 그렇다고 단속 강도를 낮추면 ‘불법 주정차 차량을 단속해달라’는 주민 민원이 쏟아진다는 게 지자체 담당자의 설명이다.

주차 단속 업무를 맡는 부산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그야말로 주차 단속을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한 차 한 대를 두고 인근 주민과 상인들이 각자 다른 민원을 하루에도 몇 건씩 제기한다”며 “불법 주정차를 방치할 수도,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도 없어서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지 못하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