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퇴’ 오거돈 전 시장을 ‘예우하는’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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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청 1층 대회의실 벽면에 역대 부산시장들 사진과 나란히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진이 걸려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시청 대회의실 벽에는 역대 부산시장들의 사진 액자가 걸려 있다. 역대 부산시장들에 대한 존경이 담겨 있는 이곳에 최근 오거돈 전 부산시장도 함께 자리를 잡았다. 부하 직원 강제 추행이라는 수치스러운 사건으로 사퇴한 오 전 시장에게 이 같은 ‘의전’이 합당한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시청 1층 대회의실 벽면에
역대 시장 사진과 함께 붙여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이달 초 오 전 시장의 얼굴 사진을 시청 1층 대회의실의 벽면에 부착했다. 대회의실의 한쪽 벽면 상단에는 ‘부산광역시 역대 시장’이라는 문구와 함께 1대 양성봉 시장부터 36대 서병수 시장까지 총 30명의 역대 시장 사진이 붙어 있었다.

최근 여기에 오 전 시장의 액자 사진이 추가된 것. 1층 대회의실은 각종 선포식, 시상식, 보고회 등이 열리기에 많은 시민이 오가고 각종 매체에 자주 노출되는 공간이다.

부산시는 액자 부착에 대한 명문 규정은 없으나 ‘재임 사실’에 의거해 오 전 시장의 액자를 걸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충남도청에 문의해 앞선 사례를 참고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충남도청의 경우 성폭력 사건으로 2018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사퇴했지만 액자 사진은 이전 지사들과 마찬가지로 예우했다는 것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역시 성추행 사건이 있었지만, 사퇴가 아니라 극단적 선택을 한 만큼 서울시의 사례는 참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 전 시장의 사퇴 이후 곧바로 액자를 부착하지 않았던 데 대해서 부산시 총무과 관계자는 “역대 시장들의 액자 부착에는 시기 등 따로 정해진 규정이 없다”며 “다만 오 전 시장이 명예롭게 퇴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임기가 끝나고도 바로 걸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산시청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공무원은 “별것 아닌 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사건일수록 관행적 처리가 아닌 섬세한 행정이 필요하다”며 “오 전 시장의 문제로 더 이상 부산시가 발목 잡히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불가피한 행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수사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안상영 전 시장도 얼굴 액자가 붙어있는데, 시장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액자 부착 여부를 결정할 기준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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