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가산산단서 ‘분청사기 가마터’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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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 가산산업단지 개발 부지에서 발굴된 1호 가마터(왼쪽)와 이 가마터에서 출토된 도자기 조각과 유물들. 대한문화재연구원 제공

지난해 공사에 들어간 경남 양산시 동면 가산일반산업단지에서 조선 <세종실록지리지>에 언급된 가마터가 발굴됐다. 특히 삼국시대부터 국가 제례 의식을 지낸 가야진사 출토 제기(국보 지정 추진 중)와 유사한 유물도 이 가마터에서 출토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23일 양산시와 (재)대한문화재연구원(이하 문화재연구원) 등에 따르면 문화재연구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가산산단 내 1만 3245㎡ 부지에 대해 정밀발굴조사를 실시했다.

문화재연구원, 가마터 2기 발굴
인화분청사기·상감분청 등 출토
‘세종실록지리지’ 언급 자기소 추정
‘가야진사 제기’ 유사품 나와 관심

발굴조사 결과 해발 58.9m와 해발 80.8m에서 각각 1개, 총 2개의 가마터와 폐기장이 발굴됐다. 가마터는 조선 초기에서 중기까지 200~300년간 운영됐으며, <세종실록지리지>에 언급된 ‘금음산리 중품 자기소’로 추정된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전국에 139곳의 자기소가 기록돼 있다. 자기소는 또 상품(4곳), 중품(45곳), 하품(83곳), 무품(7곳)으로 나뉘었다. 경상지역에는 금음산리를 포함해 8곳의 중품 자기소가 운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해발 80.8m에서 발굴된 1호 가마터는 반지하식으로 축조됐고, 인화분청사기와 귀얄분청, 백자가 소량 출토됐다. 발, 접시, 잔, 병, 호, 종자 대접, 관사 명 분청자기, 제기 등 다양한 종류의 유물도 나왔다. 양산 장흥고를 비롯해 양산 내섬시, 양산 인수부 등 관사명이 적힌 유물 100여 점도 포함됐다.

특히 1호 가마터에서 나온 보와 호준, 상준, 고족배의 경우 가야진사에서 출토된 나온 분청사기 제기 등과 유사해 이곳에서 생산된 각종 제기가 가야진사에 납품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 민속자료 제7호인 가야진사는 삼국 시대부터 조선 시대 말까지 용신에게 뱃길의 안전과 국가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가야진 용신제(경남 무형문화재 제19호)를 지낸 곳으로, 2010년 4대강 살리기 공사를 하면서 분청사기 등 345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해발 58.9m에서 발굴된 2호 가마터에서는 상감분청과 인화문분청이 주로 나왔다. 접시가 많았으며, 잔, 호 등과 명문 명이 적힌 유물도 출토됐다. 명문 명은 모두 흑상감으로 지명 없이 장흥(고), 사선, 내섬시 등이 음각돼 있다.

이밖에 이곳에는 26기의 수혈과 지상 건물지(8기), 경작 유구, 토광묘(3기) 등이 발굴됐다.

대한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이곳 가마터에서 출토된 관사 명 분청사기는 이 일대가 <세종실록지리지>에 언급된 중품 자기를 생산했던 금음산리 자기소라는 점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자료”라며 “가마는 2호와 1호 순으로 축조됐고, 출토된 유물 대부분은 제기품으로 연대 뿐 아니라 자기소의 기술과 위상에서 차이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2호 가마터의 경우 말기 청자에서 초기 분청사기로의 과도기적인 시기의 가마로, 1호는 15세기 중·후반의 분청사기 가마로 각각 추정할 수 있다”며 “이 가마터 발굴로 인해 가마의 구조와 유물 구성, 특징, 관사 명 자기, 운영 시기와 생산 체제 등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산은 물론 경남지역 자기소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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