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미혜의 젠더렌즈] 코로나 위기 속의 여성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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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새길공동체 이사장

‘유엔 여성’(UN Women)은 올해 세계여성의 날 주제를 ‘여성 리더십: 코로나19 세상에서 평등한 미래 실현’으로 정했다고 한다.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지난 15일 열려 26일까지 계속되는 제65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ommission on the Status of Women·CSW)도 ‘성 평등 및 여성 역량 강화를 위한 여성의 공공 분야 의사 결정 과정 참여와 폭력 철폐’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여성 리더십 확대를 위해 활발하게 논의 중에 있다.

코로나19는 ‘여성 재난’이라고 할 만큼 여성에게 더 가혹한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원의 연구에 의하면 연구 대상 여성 중 46.3%는 휴업·휴직 등 고용 조정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것으로 응답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여성 중 65.5%는 다시 일자리를 찾지 못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성차별적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위기 극복의 열쇠는 여성 리더십
약자 관점서 권력관계 변화 추구
일상서 여성주의 관점 체화돼야

뿐만 아니라 여성은 비대면 수업이나 재택근무, 자가격리 등으로 가중된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의 부담을 감당하고 있으며 폭력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밀집된 공간 속에서 살아가기도 한다.

WHO 사무총장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기간 동안 성 평등 부문은 퇴행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여성들에 대한 폭력은 무섭게 증가한 반면 성 평등과 생산적인 보건을 위한 공공 서비스는 크게 감소하는 것을 보았다. 비슷한 관련 사항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실직 역시 남성보다 여성들이 훨씬 더 많이 겪고 있다. 여성들은 추가로 아동과 노인에 대한 돌봄의 부담도 불공평하게 지고 있으며 사회와 보건 분야의 돌봄 역시 책임지고 있다”며 코로나로 인한 여성들의 희생이 더 크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렇게 코로나의 위기 속에서 많은 여성은 더욱 가혹한 삶을 살고 있지만 UN과 세계경제포럼(WEF)은 “여성 리더십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열쇠”라고 밝히고 있다. 알다시피 대만이나 뉴질랜드 등 방역 모범 국가의 수장은 여성이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의 취약성을 고려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여성 리더십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학문적으로 여성 리더십의 개념은 다양하다. 생물학적 여성이 발휘하는 리더십(여성 리더십)도 있고 여성적 성향인 공감 능력, 민감성, 보살핌 등을 포함하는 경우(여성적 리더십)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 리더십은 이미 리더 자리에 있는 여성의 특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회문화적 변화를 주도하지 못한다. 그래서 여성학자들은 남성 중심의 사회가 구축한 가부장적 가치와 규범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성주의 리더십에 주목한다.

여성주의 리더십은 사회적 약자의 관점에서 권력 관계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조직의 변화를 지향한다. 물론 기존의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전통적인 남성적 리더십이 유리한 경우도 있었고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관계 중심의 소통을 중시하는 여성적 리더십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여성학자들은 이런 리더십이 사회문화적으로 깊숙하게 자리 잡은 성 차별의 현상을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성별, 인종, 계급 등 어떤 형태의 차별을 없애는 조직문화로 변화하기 위해서 여성 리더십은 반드시 여성주의 리더십이 되어야 하고 여기에는 몇 가지 선행 요인이 필요하다.

우선 여성주의 리더가 적절하게 증가해야 한다. 여성주의 리더는 반드시 여성이지 않아도 된다. 어떤 형태든 차별을 인식하고 변화시키려는 의지와 노력이 있으면 누구라도 가능하다. 또한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상호 영향력을 증진시키고 그 영향력이 전반적인 사회로 퍼져나가도록 상생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자아존중감을 토대로 자신과 다른 타인과 문화를 포용할 수 있는 열린 태도와 행동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사회변화를 주도하는 여성주의 리더의 역할은 의식과 태도의 변화를 유도하고 효과적인 여성 정책이 수립되고 실행되도록 지속적인 압력과 감시를 해야 한다. 또한 지지 집단을 확보하여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고 서로 돕는 태도가 필요하다. 여성의 적은 결코 여성이 아니다. 아울러 자신과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들도록 자원봉사 활동 등 사회운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 여성주의 리더십에 입각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삶에서 여성주의적 관점이 체화될 때 보다 빛을 발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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