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단추와 집 / 박옥위(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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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 구멍에 맞는 단추를 고른다

옷에 달려 앞섶을 여며주는 그 자리

빛깔과 외양에 맞는 단추와 단추의 집



누군가 그 위치를 지켜 앉아 있을 때

가지런히 매달리거나 설혹 열려질지라도

단추를 꼭 껴안아주는 소중한 집이 된다



하나를 잃으면 모두 다 기울어지는

인연의 소중함을 가만히 생각하다

나는 또 하나의 단추 나를 여미고 있다



-시조집 중에서-
우리에겐 시조가 있었다. 운율과 형식을 갖추어야 하는 조건 때문에 현대시 출현 이후 시조의 위치가 위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산문시에 해당하는 사설시조가 이미 조선 후기부터 나왔으며, 현대시조의 많은 선구자들이 행갈이 변조와 내용 파괴를 통하여 우리 시조의 위상을 격상시킨 지는 오래되었다. 현란한 은유와 이미지 위주의 요즈음 시에 비해 시조는 내적 수련이 더욱 요구되는 장르다. 완성도 높은 시조들이 울리는 공명이 더욱 큰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시조를 쓰는 시인들이 부산에도 많이 있으나 그리 알려져 있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박옥위 시인은 시로 출발했으나 20년 뒤 등단한 시조 쪽에서 시적 완성도와 울림을 크게 인정받고 있는 시인이다. 시조를 통해서 서정을 뛰어넘는 인간 존재의 탐색을 보여주고, 율격의 정형성 속에서 자유로운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는 시인의 성취를 뒤이어 많은 부산의 시조인이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이규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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