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이사회 부실 덩어리… 거수기에 제 식구 감싸기 역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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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국민들으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이사회를 매우 부실하게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LH 이사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사회에 상정된 35개 안건 중 31건이 원안 그대로 의결됐다. 나머지 4건 중 1건은 문구를 일부 수정한 뒤 의결됐고, 1건은 조건부 의결됐으며 2건은 부결됐다.

작년 안건 35개 중 31건 통과
‘비리로 조달청 위탁’만 부결
회의록에 의결 과정 아예 없어
10번 회의 중 5번은 서면 대체


그런데 부결된 2건을 살펴보면 두 건 모두 ‘계약사무 조달청 위탁안’으로, LH 직원들의 계약사무 비리 및 계약사무 관련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해 상정됐다. 본래 공기업 임직원이 계약과 관련한 혐의로 기소되거나 감사원과 내부감사에서 중징계를 요구받은 경우, 해당 계약사무를 조달청에 위탁하는 방안을 마련해 이사회에서 위탁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사회에서 계약사무를 조달청에 위탁하지 못하도록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보인 것이다.

이사회 운영도 투명하지 못해 논의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회의록에 남기지 않았다. 회의록에는 안건에 대한 결론과 함께 참석자 발언 요지를 남겨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의결했는지 알 수 있는 경우가 한 건도 없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은 “이사회 개최일시, 장소, 참석자 명단, 회의에서의 참석자 발언내용, 회의결과 등을 기록한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지난해 총 10차례 열린 LH 이사회 가운데 5번이 서면으로 대체된 것도 이사회가 얼마나 부실하게 운영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LH에서 대량의 주택을 구입하다 징계를 받은 사실을 숨기고 새만금개발공사에 채용된 직원이 업무에서 배제됐다. 새만금개발공사는 22일 “해당직원은 2019년 3월 새만금개발공사 경력직 직원으로 채용돼 현재 감사실장으로 재직 중”이라며 “해당직원을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채용 당시 징계사실을 적지 않은 것이 결격사유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법률자문을 거쳐 인사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본인과 가족 명의로 LH 주택 15채를 매매했다가 회사에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아 견책 징계를 받고 자진 퇴사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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