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만 1000명 넘는데…” 학교 없는 대단지 아파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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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0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부산 연제구 ‘거제2구역’ 내 초등학교 신설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1000명이 넘는 초등학생들이 인근 2개 초등학교로 쏟아져 학급 과밀 등 교육 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들끓고 있지만, 부산시교육청은 “학교 신설은 불가능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22일 부산 연제구의회는 ‘거제2구역 초등학교 신설 촉구 결의문’을 발표하고 교육부와 부산시교육청 등 관계부처에 초등학교 설립을 허가해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결의문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연제구의회 11명 의원 모두가 이름을 올렸다. 최홍찬 연제구의회 의장은 “거제2구역 주택재개발사업으로 4000세대를 훌쩍 넘는 수많은 인구가 유입되는데도 초등학교 설립은 감감무소식이다”며 “초등학교 신설이 무산될 경우 기존의 주변 초등학교는 학급 과밀로 교육의 질마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거제2구역 레이카운티 아파트
2년 뒤 4470세대 입주 예정
1.5km 거리 인근 두 학교에 배치
교육청 “문제 없다”지만 과밀 우려
연제구의회, 학교 신설 촉구 결의

연제구 거제2구역 부지에는 2023년 4470세대 규모의 레이카운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잠정 추산되는 입주세대의 초등학생만 1000명가량이다. 하지만 현재 검토되는 초등학교 신설 계획은 없다. 교육청이 내놓은 학생배치 대책은 1.5km 떨어진 인근 거제초등과 창신초등으로 학생들을 분산배치하는 것이다. 또 2개 초등학교를 각각 9학급씩 증축해 학생 수용인원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2005년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당시 아파트 단지 내에는 초등학교 설립 부지가 포함됐었다. 하지만 교육청은 2006년 학령인구가 서서히 감소하는 데다 단지 1.5㎞ 거리에 2개 초등학교가 있다는 점을 들어 분산 배치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해당 부지는 체육공원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분양이 마무리되고 최근 준공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초등학교 신설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예비 입주자들은 교육청이 내놓은 방안은 실질적인 대책이 아닌 겉핥기에 그친다고 목소리 높인다. 레이카운티 레이사랑입주자예비협의회 김미화 대외팀장은 “입주자회의에서 추산한 초등학교 입학 예정자는 1400명에 달한다. 학생들을 기존 2개 초등학교에 떠밀어 넣는 방안은 결국 학급 과밀화와 교육 환경 저하를 야기할 것”이라며 “기존 건물에 학급을 증축을 할 경우 오랜 기간 공사로 통학로 안전 사고 우려와 소음, 진동 등 문제만 일으킬 것이다. 지금이라도 초등학교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레이카운티 입주 초등학생들이 배치되는 창신초등과 거제초등은 이미 학급당 평균 인원이 25명을 넘어섰다. 창신초등은 35개 학급으로 교실당 27.5명의 학생이 있으며, 거제초등은 23개 학급으로 교실당 24.5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부산 전체 초등학교 1개 학급(교실)당 평균 인원은 23.4명이다.

하지만 교육청은 초등학교 신설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초등학교 통학 거리 기준인 2km 이내에 2개 학교가 있고, 기존 학교 증축 방안으로 1000명에 달하는 학생이라도 문제 없이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교육청 이하진 학생배치팀장은 “학급 과밀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학급 과밀’에 대한 기준이 없어 ‘과밀이다, 아니다’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우선 거제2구역 인근 초등학교 신설 계획은 없다”며 “2개 초등학교 증·개축을 통해 학생들을 문제없이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이에 대한 교육부 컨설팅도 거쳤다. 학교 공사에 따른 통학로 안전 문제는 제1과제인 만큼 학생 안전에는 문제없도록 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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