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지출 감소 영향 지난해 ‘가계 흑자율’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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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불황형 흑자 발생

코로나19 사태로 상당수 가정이 큰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에 가계의 흑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상황에서 지출을 크게 줄였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22일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가구(2인 이상) 흑자율은 △1분기 32.9% △2분기 32.3% △3분기 30.9% △4분기 30.4%로 모두 30%를 넘었다.

흑자란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금액이다. 예를 들어 한 가정이 100만 원을 벌었는데 여기서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을 빼고 80만 원이 남았다면 이 돈이 처분가능소득이다. 여기서 60만 원을 일상적인 지출로 썼다면 20만 원이 흑자다. 흑자율은 처분가능소득에서 흑자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여기서는 25%다.

2003년 이후 가계동향 조사에서 가계가 30% 이상 흑자율을 기록한 것은 단 5차례다. 또 2016년 4분기 30.3% 한차례를 제외하면 모두 지난해에 발생했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17만 5000원인데 여기서 소비지출로 290만 7000원을 쓰고 126만 8000원이 흑자로 남았다.

지난해 이처럼 흑자가 늘었던 것은 더 벌었다기보다는 안 써서 혹은 못 써서 발생한 결과다. 불황형 흑자인 것이다. 상명대 유경원 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가계에선 소득 감소보다 소비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에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졌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 8000원으로 3.7% 늘었지만 가계지출은 394만 5000원으로 4.9%나 감소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많은 가정이 어려움에 처했지만 평균 가계 소득은 소폭 늘어났다. 정부가 지급한 재난지원금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위기 때 비축된 흑자는 위기에서 벗어나면 폭발적인 소비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보복소비’다.

김덕준 기자 casiop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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