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테크’‘치킨값 영화표’… 물가 잡을 컨트롤타워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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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물가 상승세가 심상찮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제 곡물 가격 상승으로 빵과 즉석밥 등 가공식품값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국내 농수축산물 가격 또한 고공 행진을 이어 가는 중이다. ‘금(金) 달걀’에 이어 ‘파테크(집에서 직접 대파를 길러 먹는 재테크)’란 신조어까지 낳았던 달걀·팟값 급등세는 지난달 정점에선 한풀 꺾인 듯하지만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강세다. 영화 한 편을 보려고 해도 치킨값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오른다니 벌써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식음료품과 농수축산물 등 ‘밥상 물가’가 저소득 가구의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물가 관리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심상치 않은 물가 상승세에 금리 부담
‘인플레 쇼크’ 번지지 않게 철저 대비를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점도 우려스럽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배럴당 20~30달러 선이던 것이 60달러 전후를 오르내리고 있다.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국제유가가 뛰면서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졌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 올라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1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22일 정부와 한국전력이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유보를 결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당초 직전 3개월간 연료비 상승 추이를 고려할 때 2분기 전기요금은 2013년 11월 이후 7년여 만에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이 공공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유보 결정을 내린 것이다.

금융시장 동향 역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겠다. 시장금리 상승세는 당장 주가 하락 등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우리 증시를 포함해 전 세계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전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외 주요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미국 10년 만기 채권 금리’는 코로나19 사태 직후 연 0.5% 수준까지 내려갔다가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해 지금은 연 1.7% 선을 넘은 상태다. 글로벌 금리 상승 우려에 대해서도 연착륙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에 타격이 되지 않도록 물가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급격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 생활물가까지 가계를 위협한다면 지출 여력이 없는 저소득 가구엔 크나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영끌’ ‘빚투’ 등으로 한껏 부풀어 오른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더해지는 일단의 충격이 경제 전반의 쇼크로 번질 수 있다. 정부와 통화 당국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예의주시하면서 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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