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 전 직원 부동산 투기 조사 “문제는 실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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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파문이 부산시청 전 직원 투기 조사라는 전례 없는 조치로 이어졌다. 부산시는 21일 시청 본청의 공무원은 물론 직속 기관과 사업소에 소속된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불법 투기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지역도 부산연구개발특구 외에 에코텔타시티, 일광지구, 센텀2지구까지 포함해 총 7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부산 지역 공무원을 ‘탈탈 턴다’는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전방위 조사다. 당초 LH 사태에 따른 후속 조치가 늦어지면서 부산시에 조사 의지가 없다는 시민들의 불신이 컸던 게 사실이다. 공무원 불법 투기 의혹이 날이 갈수록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엄중한 상황에서 부산시의 이번 조치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본청과 직속 기관, 사업소까지 확대
‘생색내기’ 안 돼… 내실 있는 준비를

불법 투기 의혹을 털겠다는 부산시 의지는 바람직하지만, 조사 자체가 워낙 방대해 실효성 있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확대 조치에 따른 조사 대상 직원은 본청 2200여 명, 직속 기관·사업소 소속 2300여 명 등 모두 5000명에 달한다. 부산도시공사와 해운대구청, 기장군청 일부 공무원도 포함됐고, 부동산 관련 부서 공무원의 경우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까지 조사 대상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전체 조사 대상자는 무려 수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 대상 지역도 부산도시공사에서 시행한 개발 사업지 6곳이 추가돼 크게 늘어났다. 조사가 결국 ‘수박 겉핥기’ 식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공무원들이 투기 욕심을 가지고 부동산 거래를 할 경우 대놓고 실명을 쓰는 사례는 많지 않다.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 등의 명의로 거래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산시 계획대로라면 부동산 관련 부서 직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에 대해서는 차명 거래 여부를 파악할 길이 없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개발은 해당 사업지뿐만 아니라 인접한 토지의 가격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주변 지역이 투기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는 사실도 이번 조사의 ‘맹점’을 보여 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부산시가 조사에 나섰다가 차명 거래나 주변 부동산 거래 등을 걸러내지 못하면 되레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되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LH에서 시작된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은 지금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투기 의혹을 낳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이 올라온 지 오래고, 민원과 신고도 연일 끊이지 않는다. 부산에서도 실제 이런 투기가 있었는지 속 시원히 규명되기를 시민들은 원하고 있다. 깨끗하지 않은 공직자는 공무를 맡을 자격이 없다. 부산시가 말로만 전수조사를 외칠 게 아니라 내실 있는 조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절대 ‘눈 가리고 아웅’이나 ‘생색내기’로 끝나서는 안 될 일이다. 시민들이 끓는 분노를 안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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