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코로나19로 인한 '인종혐오'와 '지역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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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 지역사회부 중부경남팀장

최근 미국 애틀랜타 지역에서 한국계 여성 4명이 총격에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인해 미국내 한인과 아시아계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는 게 외신의 전언이다.

인종간 평등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외교부도 최근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과 같은 범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증오와 폭력에 맞서는 미국 정부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인종혐오 범죄 촉발 요인이 코로나19라는 사실이다.

인종혐오 사건은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 부르는 등 중국이 바이러스의 진원이라는 가설이 널리 퍼진 후 미국 내 아시아계를 표적으로 하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선 대통령이 많은 미국에서 트럼프는 코로나19 부실 대응과 잇따른 말 실수 등으로 재선에 실패했다.

‘AAPI(아시아·태평양계) 증오를 멈춰라’라는 이름의 단체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2월 말까지 두 달 간 미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범죄 신고는 모두 503건 접수됐다. 물론 경찰이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조사중인 가운데 범죄동기가 인종혐오가 아닐 수도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내 아시아계 사회는 이미 인종차별 때문에 1년동안 두려움에 떨고 있다.

다행히 국내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직 중국인 등에 대한 인종혐오 범죄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집중 발생한 국내 특정지역을 비하하거나 접촉을 꺼리는 ‘지역혐오’ 현상은 발생했다. 지난해 초 대구에서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전국 일부 음식점에서 ‘대구·경북 주민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붙었다. 당시 대구 시민들은 상당한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해 3월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라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보다 더 힘든 것은 혐오와 차별, 배제”라며 “확진자 취급하는 차별과 혐오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경남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진주와 거제 등이다. 지난 9일 첫 확진자자 나온 진주시내 한 목욕탕에는 보름도 안돼 모두 214명이 감염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내에서 감염된 사례중 최대 규모다. 이에앞서 올해 1월 7일 확진자가 첫 발생한 진주 국제기도원에서는 72명이 확진됐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진주 이·통장 제주도 연수관련 확진자도 84명에 달했다. 거제에서도 지난 13일 첫 확진자자 발생한 목욕탕에서 유흥업소, 조선소로 옮겨 열흘만에 136명에 달했다. 이후 언론사 댓글에는 이들 지역을 깎아내리는 글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또 창원과 부산, 서울 방문때 보이지 않은 벽(코로나19 확진자로 의심)을 실감했다는 진주 시민들의 호소도 있다. 그동안 직면하지 못했던 배신감을 느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해당 지자체가 코로나19 감염예방과 방역활동을 소홀히해 화를 키웠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단지 진주와 거제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냉대를 받아서는 안 된다. 맹목적인 ‘지역혐오’는 공동체 사회를 무너트리는 학대이며, ‘인종혐오’와 같은 또 다른 형태의 범죄다. kks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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