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열풍, 식품 넘어 뷰티·패션까지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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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에 민감한 일부의 식문화로만 인식되던 ‘비건(채식주의)’이 식품업계는 물론 뷰티, 패션업계까지 중요한 라이프스타일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비건 열풍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중시하는 삶의 가치와 이를 실제 소비와 연결하는 패턴과 맞물리면서 유통업계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현재 비건은 동물 실험을 배제하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것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대됐으며, ‘비거노믹스(비건+이코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건 도입이 가장 활발한 영역은 식품업계다. 한국채식연합은 국내 채식 인구가 2020년 기준 150만 명으로, 2008년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에 소규모 업체들은 물론, 음식점 외 커피 프랜차이즈 등 글로벌 기업들에서도 비건 메뉴를 확대하고 있다.

“동물실험 NO” 식물·친환경 소재 사용
삶의 가치 중시 MZ세대 트렌드 맞물려
유통업계 소비지형 크게 변화시켜
대기업, 비건제품 온라인 플랫폼 속속
아로마티카, 용기 바꿔 자원순환 앞장

올해 식물성 재료로 만든 비건 푸드 4종을 출시한 스타벅스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육류는 물론 계란이나 유제품도 먹지 않는 소비자를 위해 계란과 우유, 버터 없이 식물성 원재료로 맛을 낸 초코케이크와 식물 기반 단백질을 넣은 브리또 등을 선보였다.

유통 대기업들은 비건 제품 중심의 온라인 플랫폼을 신설하며 관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친환경·비건 트렌드를 반영한 온라인 라이프스타일 몰 ‘프레딧’을 론칭했다. ‘정직한 신선·유기농 선별샵’이라는 슬로건 아래 천연, 유기농, 비건, 친환경 인증 상품만을 엄선해 취급하고 있다. 제조 성분과 관련 인증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친환경 소재 종이봉투와 비닐에 담아 배송하는 등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고객 니즈에 맞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유기농·친환경 가치소비 온라인몰 ‘달리살다’는 비건 제품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GS리테일이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비건 카테고리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420% 신장했다. 달리살다 앱에서는 비건 식품과 비건 뷰티에 대한 필터링 기능이 있어 카테고리별로 손쉽게 상품을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뷰티, 패션업계도 비건을 앞세운 제품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암웨이의 뷰티 브랜드 아티스트리는 이달 건강한 식물 원료를 바탕으로 스킨케어 제품 라인, ‘아티스트리 스킨 뉴트리션’을 론칭했다. 아티스트리의 기존 강점인 스킨케어 분야 노하우와 세계 판매 1위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뉴트리라이트의 식물영양소 기술력이 만나 탄생한 라인업이다. 전 제품이 영국 비건 단체인 ‘비건 소사이어티’에서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피부 본연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 제품 개발 단계에서 고안한 ‘5-배리어 테크놀로지’는 건강한 피부의 5가지 역할 구분(피부 정화, 밸런스, 수분 공급, 방어력 향상, 피부 보호)에 따른 독자적 솔루션을 제공한다.

비건 뷰티 브랜드로 이름을 알린 아로마티카는 친환경 용기를 사용해 자원 순환에 앞장서고 있다. 아로마티카는 국내 최초로 헤어케어 전 제품 용기를 투명 재생 페트로 바꿔 ‘재활용 우수’ 등급을 받았다. 제품 라벨도 물에 잘 녹아 쉽게 분리되는 ‘수분리 라벨’을 사용했다.

패션업계에서는 친환경 제품 라인을 만들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비건 패션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사례도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은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비 싸이클’ 라인을 통해 친환경 의류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재생 소재·충전재 사용, 환경오염 유발 물질 원단 사용 축소, 동물 복지 시스템을 준수한 다운 사용을 3대 기준으로, 생분해 소재를 활용한 다운 상품, 재생 가죽을 사용한 스니커즈 등을 내놨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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