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없는 C형간염, ‘경구 항바이러스제’ 쓰면 98% 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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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간염은 치료제를 복용하면 98% 완치율을 보인다. 동아대병원 간센터 이성욱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40세 A 씨는 최근 생애전환 검진 과정에서 C형간염 진단을 받았다. 증상이 전혀 없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검진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자칫 치료시기를 놓쳤다면 간경화 혹은 간암으로 진행될 뻔 했으나, 위험한 순간은 넘길 수 있었다.

C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6개월 이상 바이러스가 혈중에서 검출되면 만성C형간염으로 진행된다. C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간세포 안에서 바이러스가 증폭해 혈액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감염된 간세포가 파괴되면 간효소 수치의 상승을 초래한다. 곧이어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를 지나면 감염된 환자의 20-30%는 회복되지만, 나머지 70-80%는 만성으로 진행한다.

주삿바늘·침 공유로 주로 감염
손톱깎이·빗 같이 사용 때 위험
만성 진행돼도 증상 거의 없어
간수치 상승하면 진단 받아야

■증상 경미해 대부분 발견 늦어

문제는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경미해 감염 여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급성기의 증상은 입맛 없음, 구역, 피로감 등 일반적인 간질환 의심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한 경우 황달을 보이기도 하지만, 감염자 대부분은 거의 증상을 알지 못 하고 지낸다. 이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만성으로 진행돼도 알아채지 못한다. 증상이 거의 없기에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거나, 수술 등 다른 질환 치료를 위해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C형간염 진단은 2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C형간염항체 검사를 통해 양성을 보이면 2차 검사로 C형간염바이러스 검사를 시행하는데, 혈중에서 C형간염바이러스인 HCV RNA가 검출되면 확진된다.

C형간염항체는 이전 감염 후 만들어진 항체로서 예방 효과는 없다. 단지 C형간염에 감염되거나, 감염된 적 있다는 증거이므로 1차 검사인 스크리닝 검사에 활용된다. 간수치가 정상을 나타낸다 하더라도 C형간염항체 검사인 스크리닝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C형간염항체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경구 항바이러스제 완치율 98%

동아대병원 간센터 이성욱 교수는 “종종 1차 항체 검사 후 C형간염에 감염됐다며 찾아오는 환자들을 2차로 검사해 보면 1차 항체는 양성이나, 2차 검사에선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C형간염에 감염된 후 자연완치됐거나, C형간염항체가 아닌 다른 유사 항체에 반응해 나타나는 거짓양성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C형간염항체 검사는 건강보험 여건상 국가검진에서 제외돼 일부 다른 검진을 통해 검사하는 실정이다. 국내 간암 발병의 주원인으로 알려진 만성B형간염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점도 만성C형간염 검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C형간염 표준 치료법으론 ‘경구 항바이러스제’가 주로 쓰인다. 약제의 종류에 따라 8~12주간 경구 복용만으로도 98% 이상 완치율을 보이고 있으며, 부작용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형간염 치료가 여전히 어려운 것은 증상을 모른 채 치료하지 않고 지내다 간질환 즉, 간경변증으로 인한 합병증인 복수 증상이나 간암으로 진행된 뒤 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이성욱 교수는 “약 10년 전까지는 인터페론과 리바비린(항바이러스제) 병합요법이 표준 치료법이었기에, 부작용이 심해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많았다. 완치율도 50~70% 정도로 낮아 치료가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다”면서 “현재 사용 중인 경구 항바이러스제는 모든 유형의 만성C형간염에 동일한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로 부작용이 거의 없고, 완치율도 매우 높다. C형간염은 바이러스 변이가 심해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지만, 치료제는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주사바늘, 침, 면도날 공유 위험

C형간염바이러스는 혈액 안에 존재해,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 대표적인 간염바이러스다. 주사바늘을 공유하거나 문신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기구 사용, 충분히 소독하지 않은 채 침을 재사용한 경우에 주로 감염된다. 타인이 사용한 면도날을 재사용하는 경우와 가정에서 손톱깎이나 손톱 정리 기구, 머리빗, 눈썹 정리 기구 등을 공유할 때도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기구들은 피부에 미세한 손상을 일으켜 혈액 속 간염바이러스가 노출된 상태에서 또 다른 사람의 피부에 손상을 입히게 되면 감염될 수 있다. 따라서 미세하나마 피부에 손상을 가할 수 있는 기구는 되도록 함께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감염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만약 가족 내 만성C형간염으로 진단된 환자가 있다면, 그 가족은 모두 스크리닝 검사를 통해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성욱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간염 박멸을 목표로 정했다. 이를 위해선 감염된 사람을 조기에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간수치가 상승한 경우엔 스크리닝 검사인 C형간염항체 검사를 반드시 실시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비교적 손쉽게 완치되는 만성C형간염이 간질환으로 이환되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고 전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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