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마다 잇단 헛발질… 문 ‘레임덕’ 불붙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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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오른쪽)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 장악 실패에 이어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수사지휘권 발동이 무력화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우려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음에도 검찰이 무혐의 판단을 유지하자 여권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배제,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려다 잇따라 실패했는데 후임 장관까지 검찰과의 대결에서 헛발질을 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안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임기 말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장악력이 급속도로 약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레임덕을 우려하고 있다.

박범계 ‘한명숙 수사지휘’ 불발로 끝나
추미애 전 장관은 윤석열 몸값만 키워
검찰 상대 대결에서 사실상 ‘연패’ 당해
임기말 대통령 ‘검찰 장악력’ 급속 약화
청와대, 당분간 민생·미래전략에 집중
민주당도 보선 악재 우려 공식 대응 자제


대검찰청 부장·고검장들은 지난 19일 확대회의를 열어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불기소 처분해야 한다고 다수결로 의결했다. 회의에는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대검 부장(검사장급) 7명, 전국 고검장 6명이 참석해 전원이 표결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절반이 훌쩍 넘는 10명이 불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2명은 기권했고, 기소 의견을 낸 참석자는 2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행은 이번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나는 22일 전에 불기소로 최종 의견을 정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결국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무력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사안은 친노·친문 진영의 ‘대모’로 알려진 한 전 총리의 명예회복을 위해 여권 전체가 나섰음에도 희망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적잖은 파장을 던져주고 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면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검찰이 자기 식구 감싸기에 얼마나 유능한 집단인지, 그 단단한 실력을 또 보여 줬다”며 “검찰개혁이 계속돼야만 할 이유를 확인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 최고위원은 “공수처가 진즉 출범해 이 사건을 다뤘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론은 안 나왔을 것”이라며 “수사와 기소 분리로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임이 더 분명해졌다”고 적었다.

김용민 의원은 ‘한심한 결론’이라고 비판하면서 “이 사건을 통해 새로운 개혁과제들이 도출될 것 같다. 검찰의 진실 비틀기와 제 식구 감싸기가 역사에서 사라질 제도를 만들어내겠다”고 검찰 제도 개편 수위를 더욱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청와대나 민주당 모두 공식적으로는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인한 논란이 증폭될 경우 4·7 재·보궐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추 전 장관의 ‘윤석열 때리기’가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위상을 오히려 키웠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사안에 있어서도 검찰을 지나치게 몰아붙였다가는 의도했던 것과는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청와대는 당분간 정치 이슈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면서, 철저히 코로나19 방역과 민생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등 국면전환에 나서는 모양새다. 섣부른 검찰 때리기로 논란이 커질 경우 야당이 주장하는 ‘정권 심판론’이 재·보선의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이번 주부터는 문 대통령이 정치 문제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하고, 코로나19 백신접종이나 미래 전략 등 정책이슈에 집중하는 일정을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기존의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까지 아우르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안정감 있고 포용력을 갖춘 국정 운영 역량을 과시하는 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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