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카드’ 여권-현대차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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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위원장 자리를 놓고 정부·여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 집권세력은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유치위원장을 맡아 주길 내심 바라고 있지만 당사자인 정 회장 쪽에선 완곡하게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엑스포 유치위원장 자리
정 회장 측 “본업에 충실” 거부
민주, 22일 수락 요청 계획
정치권 “제안, 진정성 있어야”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 명예선대위원장인 김진표 의원과 미래본부장인 이광재 의원은 22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전략을 밝힌다. 김영춘 후보와 민주당 박재호(선대위원장), 전재수(총괄선대본부장) 의원도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은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에게 민간 유치위원장을 맡아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위원장직을 수락해야 시급한 유치위원회 구성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민간 유치위원장은 오는 6월 국제박람회기구 정기총회에서 국무총리 명의의 유치의향서를 제출하고 부산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다.

정부와 여당은 현대차그룹 집안의 국제대회 유치 노하우를 높게 평가한다. 정 회장의 조부인 고 정주영 회장과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은 각각 88서울올림픽 유치위원장과 여수엑스포 명예유치위원장을 맡아 세계적인 행사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부산·울산·경남에 자동차 부품 산업이 산재해 있어 현대차와 협력하는 것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판단도 한몫한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생각은 다르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21일 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본업에 충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위원장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기자의 질의에 즉답을 피한 채 자동차 업계의 애로를 설명했다. 그는 “지금 자동차 산업이 혁명에 가까운 대전환기에 있다”며 “우리가 본업에 집중해서 이 산업을 잘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게 가장 시급하고 집중해야 할 일”이라며 “그게 잘 되지 않으면 아주 잘못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했다.

정 회장이 끝까지 고사하면 ‘정의선 유치위원장’은 성사되기 힘들다. 다만 정치권의 한 인사는 “현 집권세력이 정 회장에게 정말 진정성 있게 제안을 하고, ‘반대급부’를 제시하면 분위기가 달라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집권세력이 하기에 달렸다는 의미다. 권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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