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물 사용 ‘펑펑’… ‘절수 의무’ 규정 현장선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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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계 물의 날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지난해 부산의 물 사용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물을 아껴쓰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물 절약 설비 설치 의무화’ 규정은 10년이 지났지만, 설치 여부를 별도로 확인하지 않아 유명무실하다.

22일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2020년 가정용 물 사용량은 2억 1022만 t으로 2019년에 비해 700만 t 가량 늘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힘들어지면서 가정용 물 사용량이 급증한 것이다. 부산의 물 사용량은 2016년을 기점으로 해마다 감소 추세였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물 사용량은 줄어든 반면, 가정용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3년 이후 신축된 공동주택
절수형 수도꼭지 등 설치 의무화
허가 후 사용량 늘리기 편법 만연

전문가들은 가정용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절수 설비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수도법에도 2013년 이후 신축된 공동주택을 비롯한 건축물은 절수형 양변기와 수도꼭지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숙박시설이나 목욕·체육시설, 공중화장실은 건축 시기에 관계없이 절수 기능을 갖춘 수도꼭지와 양변기를 설치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수도법은 유명무실하다. 수도법상 설치 이후 점검은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각 지자체는 건물의 준공 허가 때만 절수설비·기기 설치 여부를 확인할 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허가 당시에만 물 사용량을 줄였다가 실제 사용 땐 사용량을 다시 늘리는 편법이 만연하다”면서 지자체의 관리 감독 소홀을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도 손을 놓고 있다. 환경부는 뒤늦게 지난해 5월에야 양변기의 물 사용량을 사용자가 임의로 조절하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도록 수도법을 개정했다. 이마저도 위반이나 단속에 관한 업무는 여전히 지자체에 맡긴 상태여서 실효성이 없다.

환경부의 무관심은 현장 관계자들에게 설치 기준으로 여겨지는 ‘절수설비 및 절수기기 설치 의무화 설명자료’에서도 드러난다.2013년 8월 이후 관련 내용들이 여러 차례 걸쳐 일부 수정됐지만, 환경부는 단 한차례도 수정본을 발행하지 않아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환경부 물이용기획과 전지예 주무관은 “다음달 중 한국수자원공사와 절수 설비 전문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효과적인 절수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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