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건축물 방범창 없으면 ‘건축 불허’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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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예방 시설우수 원룸’으로 인증을 받은 부산 연제구의 한 원룸. 원룸의 창마다 방범창이 설치돼 있다. 부산일보DB

속보=범죄예방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1인 가구 문제(부산일보 3월 3일 자 8면 보도 등)를 해소하기 위해 부산시가 원룸 등 소규모 건축물 건축기준 고시 개정에 나선다. 시는 소규모 공동주택에 반드시 방범창을 설치해야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국토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오는 25일 전국 시도 건축과장 회의에 소규모 공동주택의 저층부 방범창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범죄예방 건축기준 고시 개정안’을 공동안건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이 자리에는 해당 고시의 담당 부서인 국토교통부도 참석할 예정이다.

부산시, 저층부 방범창 의무화
‘고시 개정안’ 시·도 회의에 제안
권장→의무 사항 전환 예상돼
채택 안 될 경우 단독 추진키로

부산시가 이번 회의에 제시하는 안건은 국토부가 2019년 고시한 ‘범죄예방 건축기준 고시’에 권장사항으로 담긴 일부 조항들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부산시는 소규모 주택 저층부에 방범창 설치를 의무화하는 부분을 강조할 계획이다. 방범창을 설치하지 않아 연이어 발생한 강력 범죄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공동안건으로 채택되면 국토부는 전국 지자체의 이견 등을 수렴한 뒤 고시를 개정한다. 공동안건으로 채택되는 과정에서 대부분 의견 수렴이 이뤄지기 때문에 별다른 이변이 없으면 공동안건은 고시 개정으로 이어진다. 부산시는 방범창 의무화 등의 필요성을 강조해 올해 안으로 고시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행 고시에서는 ‘건축물 출입구는 자연적 감시를 위하여 가급적 도로 또는 통행로에서 볼 수 있는 위치에 계획하되, 부득이 도로나 통행로에서 보이지 않는 위치에 설치하는 경우에 반사경, 거울 등의 대체시설 설치를 권장한다’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부산시와 각 지자체는 조항들이 의무사항이 아닌 데다, 모호하게 표현되어 있어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부산 각 지자체에서 범죄예방 건축 기준에 맞게 지어졌는지 확인하는 ‘경관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에도 소규모 주택은 빠져있어, 1인 가구가 많이 거주하는 소규모 주택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일반 주택의 경우 5층, 연면적 661㎡ 이상 규모의 건물이 경관심의를 받는다.

앞서 지난 1월 27일 40대 남성 A 씨가 새벽 부산 남구 대연동 원룸에 침입해 혼자 사는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물건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여성은 원룸 저층부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방범창이 설치돼 있지 않아 A 씨가 건물 아래 놓인 쓰레기 더미를 밟고 피해자의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만약 해당 원룸에 방범창만 설치돼 있었다면 범죄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부산시는 방범창 설치 의무화를 포함해 건축주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범죄예방에 효과가 뛰어난 조항을 검토해 국토부에 의무화를 요청할 전망이다.

부산시는 전국 시도 건축과장 회의에서 공동안건으로 채택되도록 한 뒤 국토부의 고시 개정까지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시도 건축과장 회의가 채택한 공동안건에 대해 국토부는 검토를 거쳐 고시 개정을 추진한다. 고시가 개정되면 해당 고시의 효력은 전국에서 발생한다.

부산시 건축정책과 관계자는 “대연동 원룸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소규모 주택에 대한 방범 시설 설치 필요성이 커졌다”며 “건축주의 부담을 최대한 주지 않는 선에서 법 개정을 국토부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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