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술 프로젝트 ‘늦은 배웅’, 코로나 경각심 고취 기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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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일 년 넘게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매일 벌어지는 전투에서의 승리에만 골몰하다 보니, 희생자들에게 신경을 제대로 못 쓴 게 사실이다. 21일 0시 현재 코로나로 인한 누적 사망자는 총 1696명이다. 지난 18일 코로나로 인한 의료공백 속에서 숨진 고 정유엽(사망 당시 17세) 군 고향인 경북 경산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이 행사는 잊고 지냈던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친구들의 추모 시 낭독, 유가족 발언, 추모 공연이 있었다. 정 군의 어머니는 “감염 위험 때문에 마지막으로 유엽이의 손 한 번 잡지 못한 채 병실을 나와야 했다. 부모로서 미안했다”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생자 모두가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지 않을까.


부고조차 알리지 못한 쓸쓸한 죽음
공감하고 애도하는 성숙한 사회로

코로나 확진을 받고 사망하면 ‘선(先) 화장, 후(後) 장례’를 치르게 된다고 한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염습도 입관식도 없다. 화장하는 순서도 일반 화장이 끝난 뒤 늦은 시간대에 치러진다. ‘감염병 사망자’라는 사회적 낙인을 걱정해 주변에 부고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한다. 화장을 마치고 유골함이 전달될 때야 비로소 고인을 대면하게 된다니 유족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다. 마지막 순간 사랑하는 사람을 작별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고 보냈다면 두고두고 미안하고 죄책감까지 들기 쉽다. 우리 곁에는 지금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코로나 사망자의 유족들이 있었다.

코로나로 사망한 가족과 친구를 향한 마지막 인사를 담은 사연을 모아 함께 애도하면 유족에게는 큰 위로가 될 것이다. 는 설치미술가 박혜수 작가, 부산시립미술관과 함께 코로나 사망자에 대한 ‘늦은 배웅’에 나서기로 했다. 저마다의 사연은 박 작가의 작품 ‘애도 프로젝트-늦은 배웅’의 일부가 된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되고, 본보를 통해서도 소개된다고 한다. 코로나 거점 전담병원의 한 간호사는 코로나로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같이 코로나와 싸우던 동지를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유족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애도하는 시간은 우리 사회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들 것이다.

코로나 3차 대유행의 여파는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21일 오전에는 부산에서 25명이나 무더기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부산에는 지난 15일을 기해 유흥시설 영업 제한 조치가 해제되면서 여전히 영업이 제한된 수도권에서 오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풍선효과’에 따른 지역 집단 감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지금은 긴장을 늦추지 말고 백신 접종을 서두를 때이다. 미술 프로젝트 ‘늦은 배웅’이 다소 느슨해진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 잠시 멈춰 코로나 사망자와 유족들을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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