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OTT 시대’를 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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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문화부장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한 지난해 봄 이후 극장에서 영화를 거의 보지 못했다. 극장 개봉 영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영화를 본 것도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서였다. ‘승리호’ ‘차인표’ 등이었는데,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영화들이었다.

넷플릭스, 유튜브를 비롯한 OTT 등장에 따른 미디어 환경 변화로 시청자의 영상 콘텐츠 소비 습관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OTT 이용행태 추이 분석’을 보면 2019년 기준 조사 대상자 6375명 중 52%가 OTT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TT 이용자 비율은 2017년 36.1%, 2018년 42.7%에서 급격히 느는 추세다.

코로나로 OTT 통해 영화 감상 늘어
이용자 숫자도 해마다 증가 추세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투자 확대
아카데미 후보에도 OTT 영화 포진

부산영상위 지원 ‘심야카페’ 성공적
지역 영화·영상산업 경쟁력 높여야


국내 OTT 시장에선 넷플릭스가 독주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인 아이지에이웍스가 15일 발표한 ‘2월 국내 OTT 앱 시장 분석’에 따르면 넷플릭스 월 사용자는 1001만 3283명에 달했다. 이어 국산 OTT 플랫폼인 웨이브(394만 8950명), 티빙(264만 9509명), U+모바일tv(212만 6608명), 시즌(168만 3471명), 왓챠(138만 5303명)가 뒤를 이었다. 넷플릭스 이용자는 지난해 2월(489만 명) 대비 104%가 급증한 반면 토종 OTT 플랫폼들은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콘텐츠에 5억 달러(한화 약 554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완성된 한국 영화를 구매하는 것 외에 오리지널 한국 영화 제작에도 박차를 가한다고 한다. 2016년 국내 상륙 후 5년간 총 7억 달러(한화 약 7973억 원)를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것에 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셈이다.

코로나 특수 흐름을 탄 OTT는 이제 뉴노멀(새로운 정상)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올해 제93회 아카데미상(오스카상) 후보작에 OTT 영화가 대거 포진해 이를 증명한다. 미국 영화예술아카데미(AMPAS)가 15일 발표한 제93회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에는 ‘맹크’ ‘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등 넷플릭스 영화 16편이 35차례 호명됐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맹크’는 이번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에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촬영상 등 10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아카데미상 최다 후보작이다. 에런 소킨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넷플릭스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작품상, 촬영상, 편집상, 각본상 등 아카데미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영화산업 구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완성도가 높아진 OTT 영화가 꾸준히 해외 유수 시상식 후보로 올라가고 수상 비중이 높아지는 흐름을 아카데미가 받아들였다는 신호다.

지난 주말 KT의 OTT 플랫폼 ‘시즌(Seezn)’을 통해 부산 산복도로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심야카페’ 시즌 2와 시즌 3편을 보았다. 부산 콘텐츠 제작사 케이드래곤이 만든 60분 분량의 청춘드라마다. 자정부터 해 뜰 때까지 부산 산복도로 심야카페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벌이는 일을 그린 판타지로 치유와 성장을 테마로 했다. 산복도로 풍경을 포착한 감각적인 영상, 부산을 치유의 공간으로 설정해 펼치는 흥미로운 스토리, 감성을 적시는 배경음악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시즌 2에는 케이팝 스타 그룹 ‘씨스타’ 출신 배우 윤보라가 주인공으로 나왔고, 시즌 3에는 NCT 멤버 도영이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18~19일 MBC 드라마넷에서 연속 방송한 뒤 OTT 플랫폼 ‘시즌’에서 한 달동안 독점 공개하고 있다. 이후 웨이브, 왓챠, 네이버, 카카오페이지 등 OTT플랫폼과 IPTV에서 볼 수 있다. 앞으로 케이드래곤은 이 드라마의 판권을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에도 판매할 계획이다.

OTT가 대세인 흐름에서 부산 콘텐츠 제작사들이 호러, 스릴러, 로맨틱코미디처럼 문화적 배경을 몰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르물 제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때마침 부산영상위원회가 OTT와 연계한 영화·영상물 제작 지원을 늘리고 있어 고무적이다. 특히 2018년 부산으로 이전한 한국영화아카데미와 연계한 ‘Made in Busan 장편영화 제작 지원 사업’을 올해 신설해 눈길을 끈다.

드라마 ‘심야카페’도 ‘OTT 연계 부산프로젝트 피칭·개발지원 사업’ 우수작으로 선정돼 기획 단계부터 부산영상위의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심야카페’는 이후 웹드라마 지원 사업에도 선정돼 제작비 일부를 지원받아 시즌 3까지 제작됐고, 이후 시리즈물 제작도 기대된다. ‘OTT 시대’를 맞아 이런 성공 사례가 점차 많아져 부산지역 영화·영상산업 경쟁력이 높아졌으면 한다.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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