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수산 분야도 이젠 ‘행동해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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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

인류는 지금 지구온난화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이상기후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높은 화석 연료 비중과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가 주요인이다. 특히 수산업은 바다의 고수온이나 저수온 현상 등 온난화 영향에 더욱 취약하다. 이에 따른 피해도 늘고 있어 어업인들의 시름이 깊다.

우리 해역의 표층 수온을 보면 지난 52년간(1968~2019) 섭씨 1.26도가 올랐다. 지구 평균보다 약 2.5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여름철과 겨울철에 잦은 이상 수온 발생으로 양식업의 직접적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2018년엔 고수온 현상의 장기화로 양식업 피해액이 전년보다 528억 원이 폭증한 605억 원으로 집계됐다.

온난화 등 영향 바다 수온 크게 상승
우리 해역, 지구 평균보다 훨씬 높아
전 세계 ‘2050 탄소 중립’ 운동 시작
업계·수과원 등 늦기 전에 적극 동참

이처럼 이상기후 문제가 심각해지자 세계 각국에서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가 되도록 하는 ‘2050 탄소 중립’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2019년 12월에 개최된 ‘제25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는 핵심 의제를 ‘행동해야 할 시간(Time for Action)’으로 정하고, 모든 당사국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우리도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국회 연설에서 이를 천명했다. ‘탄소 중립’은 인간 활동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억제하고, 불가피하게 배출된 온실가스는 흡수·제거해 실질적인 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이 7억 톤이 넘는 우리나라도 30년 뒤에는 이를 ‘0’으로 해야 한다.

해양·수산 부문의 경우 그동안 ‘온실가스 해양 지중 저장기술 개발’ 등 해양 분야에서는 연구가 진행된 반면, 생산에 주력한 수산 쪽에서는 상대적으로 체계적인 연구가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수산 분야도 더 늦기 전에 역량을 모아야 할 때가 됐다.

우선 고기를 잡는 어선(漁船)은 연료 효율 향상을 위해 어선 밑바닥 등에 붙는 해양생물 제거 기술을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 선박 프로펠러에 붙은 해양생물을 제거해 이미 약 30% 이상 연료 효율을 높인 외국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6만 척이 넘는 어선이 있는데, 따개비 등 해양생물 부착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 이를 제거하는 기술을 활용한다면 상당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기존 내연기관을 전기추진기 또는 수소연료 전지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어구(漁具)의 경우 온실가스가 직접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에너지 저감형 ‘최적 어구’를 개발하면 그물을 끌거나 올릴 때 드는 에너지를 절약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연근해 수산자원의 효율적인 어장 탐색 연구 역시 중요한 온실가스 배출 저감 전략이 된다. 현재 대규모 선단과 어선은 더 많은 어획을 위해 물고기 떼를 쫓아가면서 어장을 탐색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지금까지 축적된 어장탐색 빅데이터를 활용한 첨단 해양생태계 예측모델 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융합해 어종별·해역별 어장 형성에 대한 예측을 고도화한다면 수산자원 관리는 물론 온실가스 배출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식어업에서는 이미 개발된 ‘순환 여과식 양식시스템(RAS)’과 ‘친환경·스마트 양식 기술’의 보급이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또 양식장 수온을 높이기 위해 히트 펌프나 태양광 전지 등을 활용하는 연구도 더욱 확대돼야 한다. 이와 함께 수온 상승, 영양염 감소 등에 따라 급격히 변동하는 해·어황에 따른 수산자원의 변동 예측 기술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탄소 흡수의 대안으로 떠오른 미역·다시마 등 해조류의 서식지 조성이나 갯벌 복원 확대 등 자연 자체의 정화 기능을 활용하는 방안도 무척 중요하다.

빌 게이츠(Bill Gates)는 그의 저서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제로(zero)로 만들지 않으면 코로나보다 더 큰 재앙이 온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어느 한 분야만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하는 문제다.

우리 수산 분야에서도 흡족하지는 않지만, 국립수산과학원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대응 능력을 갖춰 가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작년 말에는 기후변화 관련 연구와 조사 결과를 집대성한 <수산 분야 기후변화 평가 백서>를 발간해 안팎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 물론 앞으로 다양한 수산 관련 기초연구 결과를 토대로 탄소 중립을 위한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내놓는 것은 과제로 남아 있다.

이제 ‘탄소 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생존 문제가 됐다. 우리 수산 분야도 더 늦기 전에 ‘바로 지금 행동해야 할 때’라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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