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고양이] 인간 욕심으로 뿌리내린 ‘동물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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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당국에 적발된 부산 수영구 주택가의 불법 고양이 번식농장(사진 위)과 경기도 김포시에서 적발된 불법 개사육농장의 모습. 라이프 제공

지난주 우주와 부루가 구조된 김해 불법번식농장의 이야기 전해드렸는데요. 전국 곳곳에는 훨씬 열악한 환경의 번식농장에서 방치되다시피 한 동물들이 셀 수도 없이 많다고 합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도심 주택가 고양이 번식 농장
김포선 개 사육 농장 ‘뜬장’ 적발
열악한 환경 속 출산 반복 ‘공장’
동물보호법 개정에도 불법 성행


■도심 주택가에 ‘고양이 공장’

경남 김해 불법 번식농장이 적발되기 3달 전인 2020년 2월. 동물보호단체 ‘라이프’는 부산 수영구의 한 주택에서 불법으로 고양이를 번식한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라이프는 수영구, 부산시와 회의를 거쳐 고양이를 구조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먼저 들이닥치면서, 라이프가 직접 구조에 나서지는 못했습니다. 경찰과 함께 출동한 수영구청은 300여 마리 중 10마리를 구조하는 데 그쳤습니다.

사진으로 확인한 그곳의 상황은 상상 이상으로 열악했습니다. 한 평도 안 돼 보이는 철장 안에 많게는 8마리의 고양이가 갇혀 있었습니다. 이렇게 갇힌 고양이들이 수백 마리. 수직 공간이 필요한 고양이의 습성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듯, 철장 높이는 겨우 50cm도 안 됐습니다.

김해 불법번식농장과 마찬가지로 이곳 고양이들도 대부분 품종묘였습니다. 페르시안, 샴, 아비시니안, 먼치킨, 스코티시폴드, 아메리칸숏헤어 등등. 지자체가 구조한 10마리의 고양이들은 성한 곳이 없었습니다. 눈이 짓물렀고, 귀진드기, 상부호흡기감염증, 피부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10마리 중 2마리는 구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60대 운영자 A 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수의사법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불법번식농장은 대체 어디까지 뿌리내린 걸까요. 시골 농장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 같지만 도심 한 가운데 버젓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간의 욕심이 만든 지옥

보상을 노리고 농장을 운영한 업자도 있습니다. 라이프는 지난해 11월 김포시와 함께 국유지 땅에서 100여 마리의 개를 불법으로 사육한 농장을 적발했는데요. 무려 10년가까이 운영된 곳이었다고 합니다. 지자체는 해당 부지가 개발구역에 포함되자 보상을 노리고 개를 키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곳 농장의 개들은 발디딜 땅도 없이, 이른바 ‘뜬장’이라 불리는 철망 위에서 위태롭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사료 통 안에는 개 사체가 방치돼 있었고, 물은 언제 갈았는지 모를 정도로 썩어 있었습니다.

라이프는 지자체와 함께 구조에 나섰습니다. 개들의 상태는 처참했습니다. 오랜시간 뜬장에서 버틴 탓에 발 사이는 갈라져 있었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방치된 탓에 극심한 피부병 등의 질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구조된 개들은 치료를 마치고 현재 충북 음성군의 ‘폴짝하우스’라는 보호소에서 지내며,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번식 농장에서 임신과 출산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동물들. 공장처럼 새끼들을 생산한다고 해서, 이런 농장을 ‘공장’이라고 부릅니다. 2016년 일명 ‘강아지 공장’의 실태가 방송되면서 동물생산업에 대한 이슈가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무분별한 동물생산에 대한 비판과 성찰이 이어졌습니다. 2년 뒤 누구나 신고만 하면 할 수 있던 동물생산업을 ‘허가제’로 바꾸도록 동물보호법이 개정됐습니다.

하지만 불법 농장은 여전히 성행하고, 악습의 고리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참, 편집국 고양이 소식을 빠뜨렸네요. 털복숭이 ‘부루’가 털을 깎았습니다. ‘우당탕탕’ 부루의 미용기는 유튜브 부산일보 채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서유리·장은미 기자 y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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