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감축·폐과·특성화로… 지역 대학 ‘생존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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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대학들이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올해 입시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역대급 미달 사태(부산일보 3월 4일 자 1면 보도)를 겪은 뒤 눈물을 머금고 입학 정원을 줄이고 있다. 더불어 시대 흐름에 맞춰 학과를 개편하거나 ‘4차산업 혁명’ 관련 학과를 신설하는 등의 특성화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한다.

미달 사태 사립대 중심 ‘구조조정’
인제대, 입학 정원 151명 줄여
신라대는 내년도 353명 감축
음악과·무용과 폐지 수순 돌입
AI 등 첨단 학과로 ‘돌파구’ 모색

18일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올해 수백 명대의 신입생 미충원이 발생한 사립대를 중심으로 2022학년도 입학생 정원 숫자를 조정 중이다. 신입생 최종 등록률 79.9%를 기록, 408명의 미달이 발생한 인제대는 내년도에 입학생 정원 151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올해 입학정원보다 7.43% 줄어든 규모다.

계열별로 보면 보건의료계열에서 30명이 늘어 318명이 됐지만, 기타 계열에서 181명을 줄여 1516명으로 됐다. 인제대는 이와 함께 입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8개 학과 이름도 바꾼다. ‘나노융합공학부’는 ‘반도체공학부’로, ‘바이오테크놀로지학부’는 ‘의생명공학과’로 바꾸는 것이다. 인제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로 현재의 입학 정원을 유지한다면 신입생 충원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취한 조치”라고 말했다.

신라대도 올해 신입생 충원율 79.8%, 미충원 인원 440명이 발생해 말 그대로 백척간두에 섰다. 신라대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내년도 입학생 정원을 올해 대비 15%(353명) 감축한다. 음악과와 무용과는 폐지 수순에 돌입해 학과 구성원들의 반발도 불거지고 있다.

대학을 살리기 위한 백가쟁명식 의견도 학내에서 쏟아진다. 대학 이름을 ‘신라대’에서 항공정비 분야 특성을 살린 ‘부산항공대’로 바꾸자는 주장이 그중 하나다. 신라대는 2018년 항공운항학, 항공정비학, 항공서비스학 3개 전공으로 구성된 항공학부를 설립해 2019년부터 신입생을 받고 있다. 신라대 관계자는 “대학이 부산에 있지만 ‘신라’라는 명칭 때문에 경북 경주에 있는 학교로 착각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밝혔다.

다른 사립대도 내년도 신입생 정원수 조정과 학과 통폐합 등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지만 학내 반발 등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학도 어차피 이달 말까지 입학생 정원 변경을 담은 ‘2022학년도 대입전형기본계획’ 수정 내용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하기 때문에 곧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학의 대책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다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구성원들 사이에 위기감이 높다”고 귀띔했다.

학과 신설로 승부수를 던지는 대학도 있다. 동의대는 교육부의 첨단 분야 대학 학생정원 조정 계획에 따라 2022학년도에 ‘인공지능(AI)학과’를 개설하고 신입생 40명을 모집한다. 부경대는 ‘휴먼바이오융합전공’ ‘휴먼ICT융합전공’ ‘빅데이터 융합전공’ 등 신산업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6개 학부 14개 전공이 소속된 ‘정보융합대학’을 신설한다. 장영수 부경대 총장은 “4차 산업 혁명과 연계한 신산업과 기초보호학문을 육성하면서 국가정책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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