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 ‘로맨스 스캠’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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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는 40대 여성 A 씨는 지난 8일 SNS 인스타그램에서 ‘낯선 이성’의 메시지(DM)를 받았다. 주인공은 자신의 계정에 ‘Hangyeol(한결)’이라는 이름을 밝힌 남성. 한결은 ‘친구가 되고 싶어 연락했다’며 A 씨와 말문을 트기 시작했다. 카카오톡에서 A 씨와 대화를 이어간 한결은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4살 때 한국을 떠나게 됐다는 사연부터 털어놓았다.

외국에서 SNS로 이성에 접근
친구하자며 환심 산 뒤 돈 사기

한결은 자신의 일상을 A 씨에게 공유하며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너처럼 아름다운 친구가 있어 행복해’와 같은 달콤한 말도 던졌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와 고급 차량을 사진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며칠 뒤 한결은 A 씨에게 작은 선물을 보내고 싶다며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A 씨는 초콜릿이나 캔디 정도는 괜찮다며 주소를 알려줬고, 한결은 ‘아르곤 회사(Argon Company)’를 통한 국제 배송으로 택배를 보냈다고 답했다. 이후 수백만 원의 특급배송비나 수수료를 요구했다.

A 씨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경찰에 신고했다. 사연을 털어놓고서야 전형적인 수법으로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한결과 아르곤 회사 모두 가짜였다. A 씨가 당한 사기는 전형적인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이다. SNS로 이성에게 접근해 환심을 산 뒤 돈을 가로채는 사기 방식을 뜻한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로맨스 스캠은 나이지리아 등 해외에서 많이 시도된다. 현지에서 SNS로 한국인에게 접근한 뒤 번역기를 이용해 대화를 이어가고, 한국에 들어온 난민 등이 개설한 계좌로 돈을 받는 수법을 쓴다.

‘로맨스 스캠’ 피해는 중장년을 중심으로 잇따르는 편이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일부 중장년층은 사기라고 생각하지 못한 채 대화를 시작한다”며 “해외에서 친구가 되고 싶다고 접근하거나 번역기를 사용한 듯 말투가 이상하면 의심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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