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점’만 가능? ‘돌잔치 허용’ 어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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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수칙을 준수하면 참가자 99인까지 돌잔치를 허용한다’는 당국의 발표에 첫째 돌잔치를 준비하던 직장인 박 모(36) 씨는 애꿎은 위약금만 100만 원을 물게 됐다. 돌잔치가 뷔페와 웨딩홀, 호텔에서는 제한되고 오직 ‘돌잔치 전문점’에 한해 허용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박 씨는 이미 초대장을 돌리고 답례품까지 70여 개 넘게 준비해 놓았다. 미용실, 의상 대여 등도 예약이 완료된 상태. 방역지침을 뒤늦게 알게된 박 씨는 다급하게 부산시에 문의했지만, “돌잔치 전문점에서만 돌잔치가 가능하다”는 답변만 재차 들었다.

방역당국 99명까지 허용 발표
부산엔 ‘전문점’ 한 곳도 없어
“서울 가서 하란 말이냐” 분통
부산 외식업체·고객 혼란 가중

방역당국이 지목한 ‘돌잔치 전문점’은 오로지 돌잔치만을 위한 일반음식점이다. 식사 손님을 받을 수 없고 칠순 잔치 등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같은 돌잔치 전문점으로 등록해 영업 중인 음식점은 부산에 사실상 없다. 박 씨는 “아이에게 단 한 번밖에 없는 돌잔치를 위해 서울 원정이라도 가야 할 판이다. 방역당국의 탁상행정에 시민만 애를 먹고 있다”고 분노했다.

방역당국은 지난 15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를 유지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안을 발표했다. 여기엔 돌잔치 등 가족 행사에 5인 이상 집합금지를 면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문제는 시민이 주로 돌잔치를 벌어지는 뷔페나 웨딩홀, 대형 식당 등은 집합금지 면제 업태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마찬가지로 부산시도 돌잔치 행사는 시내에 단 한 곳도 없는 돌잔치 전문점에서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음식 판매, 칠순 잔치, 스몰 웨딩 등과 다른 영업과 돌잔치를 병행하는 모든 업종이 여전히 집합금지 대상이다.

돌잔치 전문점이 시내에 있는지, 없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내려진 부산시의 방역 수칙에 시민만 골탕을 먹고 있는 셈이다. 부산 시내 뷔페와 호텔 등 외식업계도 이같은 내용을 뒤늦게 파악하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뒤늦게 예약을 취소하거나 예약 취소를 통보했다 보상을 요구하는 고객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돌잔치 허용 발표 이후 대형 외식업체인 A사에는 60여 건의 돌잔치 예약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후 돌잔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예약은 줄줄이 취소됐다. 예약 고객들은 업체 측에 위약금을 요구하고 있다. 고객도 마찬가지로 돌잔치 답례품, 의상 대여 등에 대한 위약금을 해당 업체에 따로 물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A업체 관계자는 “‘돌잔치 전문점’은 사실상 지역 업계에서도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이다. 부산에는 돌잔치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없다. 돌잔치 하려면 서울로 가라는 말인데 중대본의 이번 조치는 수도권 우선주의라 볼 수밖에 없다. 지방에서 장사하는 업체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반발에도 부산시도 중대본 하달 지침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부산시 보건위생과 측은 “중대본 지침은 업체의 운영형태에 관한 사항으로, 오로지 돌잔치만 하는 업체에 한정되며 일반 식당 손님을 받는 곳은 제외된다”며 “부산에서는 기존 음식점 중 ‘돌잔치만 하겠다’고 전환 신고를 한 업체는 아직 없다. 중대본 지침이라 시 차원에서 돌잔치 가능 업체 등을 확장해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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