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만두, 같은 뿌리지만 제각각 문화 품은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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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한중일 만두와 교자의 문화사 / 박정배

지금의 한국 ‘만두’와 중국 ‘만두’는 같을까? 다르다. 그렇다면 왜 다를까? 하나만 얘기하면 이렇다. 중국의 만두피는 발효 과정을 거치지만, 한국의 만두피는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인이 즐기는 만두는 음식 문화사에선 오히려 교자(餃子)로 분류된다.

중동 밀 전래 후 각국 조리법으로 재탄생
한, 미발효 밀가루 반죽으로 피 만들어
중, 발효·소 여부 따라 교자·포자 등 다양
일, 팥소가 핵심 재료, 주로 과자로 발달

<만두-한중일 만두와 교자의 문화사>는 같은 뿌리를 가졌지만, 저마다의 자연환경, 음식 문화, 역사 속에서 제각기 꽃피워온 삼국의 ‘만두 문화’를 탐구한다. 책은 만두(만터우)와 교자(자오쯔)의 차이, 만두와 교자가 역사를 흐르며 어떻게 변모했는지 살핀다. 중국의 만두가 한국과 일본으로 건너가 또 다른 형태로 또는 비슷한 듯 다른 단어로 자리 잡은 근거와 기록도 보여준다.

저자는 한·중·일 3국의 음식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글을 쓰는 박정배 음식 칼럼니스트다. 음식 역사 문화 연구자로도 알려져 있다. 책은 만두가 탄생한 배경부터 먼저 살핀다. 그런데 만두는 처음부터 대중적인 음식이 아니었다. 상류층 음식이었다. 왜 그랬을까? 중국에서 만두라는 음식이 탄생하기까지는 일종의 진입 장벽이 있었다. 중동이 원산지인 밀의 현지화, 밀을 곱게 빻는 제분 기술, 그리고 반죽을 부풀게 하는 발효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진입 장벽 때문에 중국에서 밀은 오랫동안 소외당했다. 하지만 중국 한나라 때 중원의 인구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곡물 수요가 생겨났다. 또 이때 이모작이 시작되면서 밀의 공급과 수요가 본격화된다. 이 무렵 제분 도구의 발전도 밀의 보급에 도움이 됐다. 술을 빚는 데 사용되던 발효 기술이 밀가루 반죽에 적용됐다. 이런 첨단 기술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상류층으로 한정되었고, 만두는 상류층이 제사에 올리는 귀한 음식으로 출발했다.

본격적으로 한·중·일의 만두 속으로 들어가 보자. 한국에서 만두는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고기와 채소 등을 다져 만든 소를 싸서 찌거나 삶아서 먹는 음식이다. 그러나 만두의 발상지 중국에서 만두는 더 다양하다. 핵심적인 기준은 밀가루 피의 발효 여부다. 밀가루 반죽을 발효 시켜 소를 싸면 부드럽고 폭신한 식감의 만두가 만들어진다.

반면, 우리의 만두처럼 발효시키지 않은 반죽으로 소를 싸면 쫄깃한 식감을 맛볼 수 있다. 어떤 반죽을 쓰느냐에 따라 조리법도 달라진다. 조리법이 다르니 이름 또한 다르다. 우리가 만두라 하는 미발효 피로 소를 싼 음식을 중국에서는 교자라 한다. 만두는 발효시킨 피로 소를 싼 음식을 가리키는 이름이었다. 이는 다시 분화된다. 소를 넣고 싸는 음식은 포자(빠오즈), 중국음식점의 꽃빵처럼 소가 없는 음식은 만두(만터우)가 됐다.

그렇다면 한국 만두는 이런 식의 구분이 없을까? 고려가요 ‘쌍화점’에서 회회 아비가 파는 음식 쌍화(雙花·당시 발음으로는 상화)는 바로 발효시킨 피에 소를 싼 중국식 만두였다.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에는 만두 만드는 법과 상화 만드는 법이 함께 소개돼 있다. 만두법은 메밀 피에 고기를 싸서 삶는 것이고, 상화법은 팥과 꿀을 넣고 밀가루로 피를 빚어 쪄낸다. 즉 조선 시대까지 발효 만두와 미발효 만두의 구분이 있었고 이름도 달랐다는 얘기다. 하지만 20세기가 되면서 상화는 사라지고 만두가 모두를 아우르는 이름으로 정착했다. 저자는 가장 특징적인 한국식 변형 만두는 바로 송편이라고 주장한다. “모름지기 음식은 다른 지역이나 문화권으로 전파되면서 현지화되게 마련인데, 멥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반도에서는 쌀가루로 피를 빚어 단맛 나는 소를 넣고 싼 송편이 만들어져 추석을 상징하는 음식이 되었다.”

일본에서는 만두를 ‘만주’로 발음한다. 만주는 주로 식사로 발달해온 중국과 한국의 만두와 달리 과자로 발달한 음식이다. 단맛을 내는 팥소가 만주의 핵심인데, 귀족과 승려 같은 고위층의 다도 의식에서 차를 마실 때 곁들이는 음식으로 정착했다. 고기소를 넣은 만두, 즉 니쿠만이 대중화된 것은 육식 금지가 풀린 메이지 시대 들어서다. 발효시킨 폭신한 피에 단팥소나 고기소를 넣은 일본식 발효 만두는 1960년대 소매점용 찜기 도입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는다.

저자는 “이렇듯 만두는 중동으로부터의 밀 전래와 찌고 삶는 조리 방법이 결합해 탄생한 동북아시아의 독특한 음식 체계다”고 말한다.

중국인들이 만두와 교자를 즐겨 먹는 이유, 만두라는 말의 기원, 만두의 제갈량 기원설에 대한 부문도 재미있다. 저자는 만두의 제갈량 기원설은 사실이 아니라 소설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저자는 “만두 문화사에서 제갈량 기원설이 만두의 존재감을 확산시켰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갖는 함의는 매우 크다”고 말한다.

사실상 만두 하나로 펼쳐내는 한·중·일의 음식 문화가 흥미롭다. 글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음식 속에 담긴 광대한 역사가 보인다. 박정배 지음/따비/408쪽/2만 5000원.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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