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62. 실크 소닉 ‘Leave The Door 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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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진행하는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에 최근 몇 년간 이어오는 코너가 있습니다. 음악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콘셉트로 과거 빌보드 핫100 차트를 살펴보는 시간인데요. 주로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그 주의 순위 음악을 들어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즐겨 들었던 노래가 등장할 때면 그때 기억이 떠오르는 재미도 있고요. ‘이 멋진 음악을 그때 왜 스쳐 지나갔을까?’하는 생각에 다시 듣는 음반도 꽤 많습니다.

그런데 당시 순위 음악이나 유명 아티스트 음악을 지금 들어도 여전히 멋지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특히 1900년대 후반 팝의 역사를 얘기할 때 언급되는 이 시대 음악들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그러고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즐겨 듣는, 또는 정말 시대의 팝 아티스트라는 인식을 하게 된 음반은 그중에서도 상당히 걸출했던 음반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아티스트의 음반에 대한 인기와 별개로, 사람들이 이 작품이 얼마나 멋진 것이었는지를 알게 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어느 주에 10위권 안의 모든 음악이 지금 시대에 익숙하지 않거나 단순히 옛날 노래로 기억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많은 사람이 한 음악만은 사랑하고 여러 매체를 통해 곁에서 자주 접하는 경우도 꽤 찾아볼 수 있거든요. 물론 차트 순위가 음악 판단의 척도가 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언제나 누군가에게 종종 듣곤 하는, ‘음악은 역시 그때 음악이 최고였지, 요즘 음악은 그때 같지가 않아’와 같은 이야기도 개인 취향일 뿐 사실은 아니라는 것이겠지요. 그 시대를 대변하는 아티스트와 장르, 음악은 분명 특정 시대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음악은 시대에 관한 기준보다 그것을 만든 창작자와 그의 작품, 그것을 사랑하는 음악 팬 사이의 관계나 변화가 어떻게 달라지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달 발표된 ‘리브 더 도어 오픈’은 마치 과거 시대 차트의 위대한 아티스트들 음악을 한 음악에서 듣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마치 과거 빌보드 차트 중에서 리듬앤드블루스 곡목을 눈이 아닌 귀로 살펴보는 듯한데요. 발표되자마자 각종 차트를 석권하고 있는 이 곡은 브루노 마스(Bruno Mars)와 앤더슨 팩(Anderson Paak)이 함께 결성한 프로젝트 밴드 ‘실크 소닉(Silk Sonic)’의 첫 음악입니다.

마이클 잭슨 이후에 이렇게 넓은 세대가 공감하는 음악가가 또 있겠냐는 생각이 드네요. 설명이 더 필요 없는 ‘브루노 마스’와 현재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으며 올해 그래미에서 랩과 노래 두 분야 최고의 실연자에게 주어지는 ‘Best Melodic Rap Performance’를 수상한 앤더슨 팩의 프로젝트이지요. 이들의 유명세를 떠나 이 음악이 와닿고 향후 더욱 음악이 기대되는 이유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그들이 전달하려는 또 다른 즐거움을 우리는 알게 되었고, 이를 몹시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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