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뿌리 깊은 ‘아시아계 증오’에 비판의 날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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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애틀랜타 연쇄 총격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목숨을 잃은 애틀랜타 연쇄 총격사건 이후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만연한 ‘아시아계 혐오’가 주요 이슈로 급부상했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아시아계에 대한 오랜 차별은 1882년 중국인의 이민을 막고 미국에 들어와 있던 중국 출신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중국인 배제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법으로 미국 서부개척 시대에 철도건설 노동자로 기여했던 중국계 이민자들에 대한 혐오 분위기가 확산됐다는 것이다.

AP통신 등 집중 보도 ‘이슈화’
대표적인 차별 법안 찾아 쓰고
‘용의자 성중독’ 거론 경찰 비판
‘협박 받은 경험담’ 기고도 게재

시카고트리뷴은 ‘애틀랜타 총격 용의자의 일진 사나운 날(bad day)과 백인 범죄의 눈가림’이라는 칼럼을 통해 경찰의 초동수사 결과 발표를 비판했다. 칼럼은 “어제는 그(용의자)에게 정말로 일진이 사나운 날이었다”거나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의 성중독 가능성을 거론한 점 등을 들어 제이 베이커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대변인이 용의자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꼬집었다. 칼럼은 또 ‘성중독’이 인종차별주의와 여성혐오가 얼마나 깊게 뒤얽혀 있는지에 대한 논의 자체를 날려버리는 쓸데없는 표현이라면서 이는 여성에 대한 백인 남성의 폭력이 있을 때마다 여성혐오나 백인 우월주의, 극우 과격주의라는 본질을 흐리기 위해 동원돼온 핑곗거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어린 시절부터 겪었던 차별 관련 경험담 등을 담은 기고문도 잇따라 게재됐다. 아시아계 여성인 서배너 홉킨슨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지역신문인 데저레트스 기고 글에서 얼마 전 자신의 어머니가 ‘필리핀 사람이냐’는 백인 남성의 위협적인 질문에 겁에 질렸던 경험 등을 전했다. 플로리다 지역 언론 데이토나 브리치 뉴스저널의 재계 편집자이자 한국인과 일본인을 부모로 둔 클레이턴 박은 팬데믹 초기 중국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 없는 존재’라는 조롱을 들었던 일을 소개했다.

인종차별주의적 언행을 일삼아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를 부추기고 기름을 부었다는 비판론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원 감독 및 정부 개혁 위원회 선임 고문을 지낸 한국계 미국인 커트 바델라는 LA타임스 기고 글에서 정당 지도자에 의해 인종차별적 증오가 공개적으로 촉발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코로나19 책임론을 찾기 위해 아시아계 지역사회의 등 뒤를 겨눴고 그 결과가 ‘폭력의 홍수’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한편 용의자 롱은 애틀랜타 뿐만 아니라 플로리다주에서도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추가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잡힌 것은 부모의 신속한 신고 덕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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