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덕원중 남녀공학 전환’ 시교육청 용역은 ‘면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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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동안 여자 중학생이 다닐 학교가 없었던 부산 중구의 문제 해결을 위해 부산시교육청이 최근 용역을 진행했다. 하지만 설문 대상자의 절반 가량 응답한 결과만을 토대로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꼽혔던 남자 중학교의 남녀공학 전환을 전면 철회하면서 행정편의적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설문 문항이 남자 중학교 존치에 무게를 둬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성여중 폐교 후 여중 사라져
‘학생 배치 적정성’ 설문 실시
‘반대 61%’ 이유로 철회 결정
“설문 객관성 상실” 일부 반발

17일 부산시교육청은 부산 중구의 유일한 중학교인 덕원중(남자 중학교)을 남녀 공학으로 전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 초까지 진행된 ‘중구 중학생 학생배치 적정성’ 설문을 토대로 내려졌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61.3%가 반대 의견을 냈다. 설문은 중구 내 전체 초등학교 3곳과 덕원중 학부모, 덕원중에 입학 가능한 서구의 초등학교 2개 학부모 등 총 1659명을 대상으로 해, 955명이 응답(응답률 57%)했다.

교육청이 덕원중의 남녀공학 전환을 검토한 이유는 중구의 열악한 교육 환경 때문이다. 2004년 ‘남성여중’이 문을 닫은 이후, 중구 소재 중학교는 덕원중뿐이다. 자녀가 동구의 여자 중학교에 다니는 학부모 양현옥(44) 씨는“덕원중이 3분 거리에 있는데도 ‘그림의 떡’”이라며 “차량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40분 거리의 학교를 다녀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올해 초 시의회에서도 이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자, 교육청이 지역의 한 대학교에 용역을 의뢰해 설문을 실시한 것이다. 조사 결과, 반대가 더 많다는 이유로 남녀공학 전환은 검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응답률이 50%대에 불과한 설문 한 번으로 남녀공학 전환을 검토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을 두고 ‘면피성 설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설문의 객관성도 문제를 삼는다. 남녀공학으로 전환되면 불필요한 이성교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러 번 문항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남학생의 성적 불리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황진미 덕원중 학부모 회장은 “취지에 대한 설명 없이 갑작스럽게 남녀공학 전환 의견을 물은 설문조사에 누가 찬성표를 던지겠느냐”고 지적했다. 부산시의회 문창무 의원도 “원도심 교육을 살려 인구유입을 함께 논의해야 할 교육청이 부실한 연구결과로 면피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교육청 지원과 강병구 과장은 “다른 기관에 의뢰한 설문이라 객관성에 문제가 없다”면서 “공감대가 중요한 사업에 반대 의견이 많아, 현재로선 남녀공학 전환을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변은샘 기자 iam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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