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 신도시’ 대규모 농지 수용… 위기의 ‘짭짤이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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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 짭짤이 토마토‘ 농지 20%가 대저 신도시에 포함되면서 생산량 감소가 우려된다. 대저 토마토 농가의 수확 장면. 부산일보DB

부산지역 대표 특산물이 신도시 개발 논리에 또다시 뿌리 뽑힐 위기를 맞았다. 한때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명지 개발로 명성을 잃은 ‘명지 대파’에 이어, 이번엔 대저신도시 부지에 ‘대저 짭짤이 토마토’ 농지 4만 평이 포함된 것이다. 농민들은 “개발 논리에 지역 특산물은 안중에도 없다”며 분노한다.

17일 부산 강서구청에 따르면 이달 기준 ‘대저 짭짤이 토마토’를 경작하는 농가는 320곳으로 총 재배 면적은 242.7ha다. 평수로 치면 73만 4168평에 달한다. 지난해 이곳에서 생산된 토마토는 1만 4995t으로 매출액은 700억 원이다.

37농가 45㏊ 농지 포함 확정
대저 토마토 재배 면적의 20%
각종 개발로 농지 대체 어려워
대파 이어 전국 명성 상실 우려


대저 짭짤이 토마토는 부산 강서구 대저 1·2동에서 나는 지역대표 특산물로 2012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됐다. 일반 토마토보다 당도가 높은 데다 짭짤하고 새콤한 맛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다른 지역 토마토보다 1.5~2배 이상 가격이 높아, 상품(上品) 5kg가 약 5~6만 원에 거래된다.

하지만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일명 ‘대저신도시’에 농가 상당수가 포함되며 토마토 생산량이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부산연구개발특구 및 대도시권 주택공급사업 대상지에 농가 37곳, 45ha(약 4만 평)가 포함됐다. 이는 대저 토마토 전체 재배 면적의 약 20%에 달한다. 앞서 2013년 에코델타시티 사업 당시에도 대저 짭짤이 토마토는 재배지 250ha 중 절반가량인 115ha가 수용됐지만 전국적인 인기에 힘입어 차츰 재배 면적을 회복했다. 하지만 대저신도시 발표로 또다시 대저1동에 터를 잡은 농민들은 쫓겨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농민들은 대체 부지를 찾기도 쉽지 않다. 짭짤이 토마토는 대저 1·2동에서만 생산할 수 있지만 대저신도시가 속한 대저 1동은 이미 개발 기대 심리로 토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대저 2동도 김해국제공항과 에코델타시티 사업지를 제외하면 유휴부지가 많지 않다.

신도시 개발에 지역 특산물이 곤욕을 치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0년대 전국 파 생산량의 절반을 책임졌던 ‘명지 대파’가 대표적인 사례다. 1959년 태풍 ‘사라’가 명지 염전을 휩쓸고 난 후, 주민들이 대체 상품으로 대파를 심기 시작했는데 점차 대표 특산품으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명지국제신도시 등 각종 개발 사업으로 현재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에 대저동 농민들은 지역 특산물을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대저 토마토를 10년째 재배하는 농민 김 모(61) 씨는 “토마토 재배지 대부분이 신도시 개발 지역으로 선정됐다”면서 “가뜩이나 농민들이 힘든데 옮기라고 한다면 협의회를 구성해서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부 최 모(66) 씨도 “예전에도 에코델타시티 사업 부지에 대저 토마토 재배지가 포함돼 현재 이곳으로 옮겼는데, 이번에도 다시 이동해야 할 처지”라며 “부산지역 특산물이 개발 논리에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취급을 받아서야 되냐”며 분노했다.

이같은 우려에 강서구청 관계자는 “대저 1·2동에 신도시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면적 자체가 줄어들어 대체부지를 찾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면서 “부산지역 대표 특산물인 대저 짭짤이 토마토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여러 대책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배·김성현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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