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진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 변호인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가 17일 직접 나서서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 A 씨는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는 사람들’이 진행한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건 이후 A 씨가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다만 사진과 영상 촬영은 진행되지 않았다.

“위력 여전, 소모적 논쟁 중단을
내게 화살 돌리는 일 멈춰 달라”

A 씨는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계기에 대해 “보궐설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가 많이 묻혔다. 피해 사실 왜곡과 상처를 줬던 특정 정당의 시장이 선출됐을 때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들어 후회가 없는 쪽을 택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분의 위력은 그분의 잘못을 다른 사람들한테 말할 때 그 내용을 다듬고 다듬으려 수백 번 고민하게 만들었다”며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으로 인해 제가 겪는 피해보다 그 사람이 받은 것을 잃었을 때 제가 증명하게 될 어마어마한 상황을 두려워 하도록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A 씨는 미리 준비해 온 발언문을 꺼내 읽었다. 그는 “나의 회복에 가장 필요한 것은 용서라는 것을 깨달았다. 용서를 하기 위해서는 ‘지은 죄’와 ‘잘못한 일’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박 전 시장의 추모식과 관련한 대목에서 A 씨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A 씨는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내가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졌다”며 “고인이 살아서 사법 절차를 밟고 스스로 방어권을 행사했다면 조금 더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었을 것이다. 고인의 방어권 포기에 따른 피해는 온전히 내 몫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실과 고통에 공감하지만 그 화살을 제게 돌리는 행위는 이제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취재진 질문에 A 씨는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의 2차 가해와 신상 유출에 대한 고통도 털어놨다. 곽진석 기자 kw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