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장 보선, ‘막가파식 진흙탕 싸움’으로 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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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장 보궐선거 20여 일을 앞두고 선거판이 갈수록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선거 때만 되면 '아니면 말고' 식의 비방전이 난무하던 고질병이 아니나 다를까 또다시 도지는 모양새다. 지금 부산 보궐선거 이슈를 집어삼킨 최대 쟁점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 가족의 엘시티 아파트 보유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연일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부산까지 내려와 박 후보 때리기에 나섰다. 박 후보 측도 이에 대해 김영춘 후보의 서울 아파트 소유 문제를 제기하며 맞불을 놓았다. 양쪽의 네거티브 난타전이 갈수록 사생결단식 전면전으로 흐르는 사이 정책 선거는 실종된 상태다. 실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산의 미래를 짊어진 부산 수장을 뽑는 선거판이 이런 식으로 허망하게 흘러서는 곤란하다.

막장 비방전 변질 정치 혐오 부추겨
부산의 미래 살릴 정책 선거 나서야

엘시티 특혜 의혹은 그 어떤 현안보다 중대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권이 박 후보의 연관성을 입증할 확실한 증거도 없이 단지 고가의 아파트를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저렇게 격렬히 몰아붙이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거기다가 개인적인 가족사 같은 민감한 부분까지 끄집어내 SNS상에 신상털기를 유도하는 것은 치졸하고 무책임한 처사다. 박 후보 측은 “정치 공작”이자 “가짜 뉴스”라며 법적 대응을 통한 역공에 나섰고, 국민의힘 부산선대위 역시 김 후보 부부의 서울 아파트 소유 문제를 꼬집으면서 “아내 뒤에 숨으려면 아내를 시장 후보로 뛰게 하라”고 자극했다. 이런 볼썽사나운 공방을 지켜보는 부산 시민은 참담한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부산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경기 침체와 일자리 감소, 인구 유출 등 도탄에 빠진 현실을 타개할 대안을 찾고 구체적 대책을 검증하기에도 모자랄 시간이다. 양강 후보가 이전투구에 빠진 사이 정책 검증과 대안 경쟁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렸다. 가덕신공항의 완결을 비롯해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 북항 재개발 등 부산의 명운이 걸린 사업들은 한둘이 아니다. 이 막중한 과제를 풀어내려면 향후 여야 협치는 필수적이다. 일단 되고 보자는 식의 흠집내기 공격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이다. 누가 시장이 되더라도 그 후유증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리라는 걸 왜 모르는가.

그러잖아도 오거돈 전 시장의 성 비위로 치러지는 보선인 만큼 부산 시민의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진 상태다.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보여 주기는커녕 이런 낮은 수준의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더 이상 참아내기 힘들다. 시민들이 깊은 정치 혐오와 냉소에 빠질까 염려된다. 지금은 시대착오적인 막장 네거티브 공세를 멈추고 부산을 다시 살릴 미래 비전에 대한 치열한 정책 대결을 벌여야 할 때다. 이를 외면한 후보에게 부산 수장 자리를 맡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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